진땀 흘린 유재학 감독 “필리핀, 엄청 잘한다”

“필리핀, 농구 엄청 잘한다.”

27일 인천삼산체육관. 필리핀과의 2014 인천아시안게임 8강 H조 2차전을 치른 직후 유재학 대한민국 감독이 남긴 말이었다.

실제 대한민국은 이날 경기 내내 접전을 펼친 끝에 97-95, 2점차의 극적인 승리를 따냈다. 대한민국은 이날 승리로 4강 진출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27일 오후 6시 30분부터 열리는 카타르-카자흐스탄에서 카타르가 이기면 대한민국과 카타르의 4강 진출이 확정된다.

대한민국이 고전한 요인은 3점슛이었다. 대한민국은 이날 전반에만 11개의 3점슛을 허용했다. 3점슛에 대한 수비도 어느 정도 가능한 3-2 지역방어를 구사했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3쿼터 한때 격차는 16점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1쿼터 초반 이후 끌려 다니던 대한민국은 3쿼터에 승부수를 띄웠다. 지역방어를 포기하고 압박수비로 노선을 변경한 것. “지역방어가 안 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필리핀의 3점슛이 거리를 가리지 않고 들어갔다”라고 운을 뗀 유재학 감독은 “전반에는 필리핀, 후반에는 우리 선수들의 정신력이 돋보였다. 특히 앞선의 작은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대역전극은 지역방어를 대인방어로 바꾸면서 분위기가 감지됐다. 김태술, 양희종이 상대 공격수에게 찰싹 붙어 수비를 펼치며 실책을 유도, 흐름이 대한민국 쪽으로 넘어왔다. 대한민국은 문태종의 폭발력까지 더해진 덕분에 접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유재학 감독은 “지역방어로는 16점을 못 뒤집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양)희종이와 (김)태술이가 분위기를 바꾼 압박수비를 보여준 게 큰 힘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제 남은 건 카타르전이다. 아직 카타르가 카자흐스탄과 경기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H조 1위를 확정지은 건 아니다. 4강에서 이란을 피하기 위해선 카타르까지 제압하며 4강에 올라야 한다.

필리핀에 극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유재학 감독은 여전히 고민이다. 유재학 감독은 “빅맨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오늘도 ‘빅맨들이 여러 방면에서 분발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유재학 감독이 말한 ‘분발’은 기술이 아니다. 공을 따내기 위한 집념이다. 유재학 감독은 “당장 슛, 1대1 능력이 향상될 순 없다. 내가 말하는 분발이라는 건, 공격과 수비를 빠르게 전환하는 것, 루즈볼을 멍하니 바라보지 않는 투지다. 아직 어린 빅맨들이 많아서 그런지 이 부분이 쉽게 바뀌진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