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완결 난거보면서 근무 끝나고 피곤한몸 침대에 누웠는데 화딱지가 나서 잠이 안오더군요. 한시간 누워있다가
정체불명의 화를 식혀볼려고 끄적여봅니다.
소설이란건 틀이라는게 있고 큰 줄기가 있고 주제가 있습니다. 물론 다양한 글이 있고 작가가 있고 기법이 있으니
항상 그렇다는건 아니지만 최소한 던전 디펜스는 그런 종류의 소설은 아닙니다.
그런 던전 디펜스에 꽤나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그게 뭐냐고요?
어디로 가냐는거죠 소설이 어디로 가냐고요.
일단 단탈리안에 대해서 말해야겠습니다. 단탈리안은 비너스빤스인지 뭔지에 의해서 뭐가 뭔지도 모르고 게임속으로
끌려간 단순 게임 매니아인 일반인입니다. 꼭 게임이라 단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현실과 구별이 불가능한 가상현실 게임을
정말 단순한 게임이라 단정할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그러면 단탈리안이 가고자 하는 길은 어디일까요?
여기서 길은 목적지일수도 있고, 가치관이나 신념일수도 있으며, 삶의 방향일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단탈리안은 그게 없어요.
뭔 소리냐 세계 정복이 있지 않냐고 하겠지만 결과적으로 세계 정복 했습니까?
이거 중요합니다. 작품내내 모든 결정이 이루어지는 방향성이 그때그때 다릅니다.
어쩔때는 대의를 위해 움직이고, 어쩔때는 세계 정복을 위해 움직이고, 어쩔때는 자기 빼고 유력자들을 제거하기 위해 움직이고
어쩔때는 단순 유흥처럼 움직입니다. 그야말로 그때그때 달라요. 결국 남는건 아무것도 없네요.
특히나 가장 괴리감이 느껴지는건 단탈리안은 자기 양심에 의해서 고통 받습니다. 착한 놈이라는거죠.
그런데 단탈리안은 제 기준으로 도저히 용서 받을수 없는 3가지 최악의 죄를 저지릅니다.
1. 사냥이 이루어지는 생태계의 던전 구축
-인간이든 마물이든 결국 도구일뿐이죠. 살아가는 수단과 방법이 제공된다는거 말고는 그 안에 존재하는건 죽음뿐입니다.
한명 한명의 생명을 중요시한 나머지 환영에 고통받는다면서 아주 태연하게 저지르네요. 자기 목적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단탈리안의 던전 의존도는 최악입니다. 사실 던전이 왜 필요한가 싶을 정도에요. 그냥 자기 영지에 군대 상주 시키면 되는데요.
돈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가요? 글쎄요. 던전 만들 돈이면 충분하고 남을 돈 아닌가요?
결국 던전 디펜스라는 게임의 구색 맞추기용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2. 데이지 능욕
-데이지는 왜 능욕했을까요? 노예 계약이 끝난 시점에서 데이지는 완벽하게 무력합니다. 데이지가 죽을때까지 결국 파훼를 못했죠.
솔직히 말해서 그냥 자기 기분입니다. 자기 기분 안좋다고 화풀이하는거죠. 그리고 관성적으로 쭈욱 이어갑니다. 뭐죠?
한번이야 이해합니다. 사람이라는게 순간 분에 못이겨 무슨 일을 저지르는거야 아주 흔한 일입니다. 근데 그게 몇년 단위로
이어지는건 아니죠. 이건 그런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이게 착한 놈인가요?
3. 파이몬 사후 시트리의 학살.
-이건 정말 최악의 최악입니다. 파이몬이 이걸 알면 참으로 좋아하겠습니다. -_-
뭐 기절했다 깨어났을때는 이미 늦어버린 일이긴합니다만 그냥 입 싹 닫아버릴 일도 아니죠. 파이몬이 신념이 뭐였는지 생각하면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침묵하는 쪽이군요.
그 외에도 수없이 많겠지만 최소한 단탈리안이 착한놈이라는 것에 대한 큰 부정을 하게 하는 사건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현실 도피하면서 술 담배 마약 여자... 여러가지 즐긴건 다 즐기죠. 그것도 가격대가 어마어마한것들을 말입니다.
그외 여러가지 어색한걸 느끼신게 많으실겁니다. 뭔가 모순됐다.. 싶은 정도는 아니나 좀 많이 어색하다 위화감 느껴진다 정도?
여기서 상당히 많은 분들이 단순히 과장됐다거나 얘 제정신이 아니다거나 하면서 하차하시더군요.
대체 왜 이럴까? 의문을 가졌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제가 단탈리안을 이해 못해서 그런거라 생각했습니다. 그 다음은 그냥 소설 특유의 과장이나 중간 과정 생략 정도.
마지막에는 아...... 싶더라고요.
작가는 명장면&명언 쓰고 싶은거고 소설은 도구에 불과하구나.
참 이거... 이걸 깨달으니까 헛웃음만 나오고 모든게 이해가 가더군요.
매 장면과 매 챕터에 나오는 단탈리안. 그러니까 대충 포인트를 말하면 약 150화 [매국노] 이후부터일겁니다.
그리고 대충 확실하게 느껴진건 266화 [반역하는 자]부터는 거의 확실한 느낌입니다.
챕터와 챕터 사이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아지고 단탈리안을 제외한 나머지는 바보들의 행진이 되버리고요.
모든게 단탈리안 손에서 놀아나고 단탈리안 빼면 아무것도 안됩니다. 모순된 설정이나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설정도 늘어나고
일관성이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쓸데없어 보일정도로 글도 늘어나고 엔딩은 보이질 않습니다.
글 안에서 살아 숨쉬어야하는 캐릭터들이 꼭두각시가 되서 통제안에서 움직입니다.
단탈리안이 스스로의 양심 때문에 고통 받는다는 묘사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고 과격해집니다.
(그러면서 할건 다하죠. 술담배마약여자각종악한짓등등...)
왜 그런건지 분석이 중요한게 아니더군요. 그냥 작가는 그런 장면을 쓰고 싶을뿐이에요. -_-
예를 들어서 340화의 "내가 제국이다" 이 대사 쓰고 싶어서 그 난리를 피우고 설명하는거죠.
데이지가 갑자기 성향이 돌변하죠? 암시가 있었나요? 복선이 있었나요? 단탈리안이 데이지에게 한짓은 대를 걸쳐 복수해도
이상한게 아닙니다. 첫눈에 반한것도 돌변한만한 짓이죠. 심지어 자기 손으로 하기는 했지만 자기 오빠를 노예로 만들었고요.
라우라 애정도 100 찍으니 단탈리안 멘탈이 깨져요? 이것도 웃긴거에요. 라우라는 라우라입니다. 라우라가 영혼을 바치는건
애정을 가진 오직 한명-단탈리안뿐입니다. 그 자리에 라우라는 아무것도 변한게 없어요. 그냥 인간과 인간 관계에서 자기 자신
만큼이나 소중한 존재가 들어선것뿐입니다. 라우라는 여전히 정체성을 지키고 있습니다. 다만 오직 한명만 그걸 흔들수 있을뿐이죠.
이런걸로 멘탈이 나간다? 오히려 이건 몰이해입니다. 자기 멘탈 부서지는 쪽으로 해석하는 것뿐이에요.
그외 상당히 많습니다. 대체 갑자기 왜 이런게 나오지 싶은게 한두개가 아니에요.
이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그런 장면을 작가가 쓰고 싶은것 뿐이에요. -_-
이게 뭐냐고요......
엔딩도 한번 이야기 해볼까요?
그래서 뭐 어떻게 된거냐고요. 슬프게 묘사됐지만 직구로 말할게요. 단탈리안은 모든 ddong을 독자에게 던지고 도망간겁니다.
그동안 했던건 정말 아무 의미도 없게 됐어요. 중간에 어디 시골 구석에 가서 책이 쓰고 있었어도 세상은 잘 돌아갔을겁니다.
다른 누군가는 믿고있는 무언가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을텐데 "내 알봐 아니고 뒷처리 부탁해 이바르" 하고 튄겁니다.
그런데 라피스는 왜 자살한거죠? 도망친 (안죽었죠)주군 때문에 자살한거네요. 뭐죠 이 여자?
사실상 죽음 같은 도피를 위한거라면 정말 아무것도 없는곳으로 자기도 원하지 않게 해야죠. 사람 사는 도시 구석 집 사서 은둔은
무슨 부르주아의 은둔인가요. 누가 보면 어디 깊은 산속에 풀뿌리 뜯어먹고 사는줄 알겠습니다. 그러면서 술도 잘 마시네요. 이야....
별게 다 가능한 동네죠. 그리고 마력만으로 살아가는게 가능하고요. 봉인이라는 수단이 없겠습니까?
왜 안했는지 알것 같아요. 바르바토스랑 시한부 신혼 생활이라는 눈물나는 연출을 하고 싶었겠죠. 참 눈물이 납니다 그려...
던전 디펜스 최고의 명장면이라면 당연 누구나 평원에서의 연설 꼽을겁니다. 정말 뒷통수 똭! 하고 때리는 연출이었죠.
그리고 앞뒤 모든게 설명이 가능하고 파이몬을 끌어들일수 있으며 세상을 뒤흔들 강력한 수단이었습니다.
저는 이 다음 연출을 더 높게 칩니다. 매국노인줄 알았던 파이몬의 숨겨진 진실. 단순히 인간 좋아하는 마왕인줄 알았는데
그 충격적인 진실이란게 정말 상상도 못했죠. 동시에 용사라는건 대체 얼마나 괴수인건가 싶은 생각도 들고요.
근데 여기서 끝이었나봅니다. 그 다음부터 뭔가 조금씩 어긋나더니 바알을 처단하는데서 준비된 복선 치고는 너무 과했다 싶었죠.
완벽할수는 없으니 이 정도는 넘어갑니다. 그런데 점점 내용인 산으로 가고 단탈리안의 과대피해망상적 자기 학대와
끝없어 보이는 사치의 모순도 자주 보이고, 미칠 자격도 없다면서 도피를 위한 술담배여자마약...... 그러면서 이성을 유지한다? 뭐야 이거?
명장면과 명언... 안쓰고 싶은 작가가 어디 있습니까? 쓰지 말라는게 아닙니다. 전후가 바뀌면 안되죠.
소설 쓰다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곳에서 튀어나올수도 있는거고 혹은 그 장면과 대사를 위해 앞뒤를 철저하게 계산하던가요.
명장면과 명언을 쓰기 위해 소설을 썼지만 나온건 장면 소설이 아니라 원작가표 옴니버스식 팬픽이 튀어나왔네요.
그를 위한 반전에 반전에 반전을 남발하다보니 슬픈 장면에서 독자들은 반전을 찾고 있습니다. 이게 정상으로 보이나요?
여기에 허..... 참 뭐랄까... 뭐 소설 끝나면 다음 작품 생각하거나 쓰고 싶은게 당연할지 모르죠... 뭐 그럴수 있습니다.
좋게 안보이는게 문제죠. 게다가 연재처까지 바뀌고요. 음...... 연재하다가 중간에 문피아로 간 어떤 작가가 그러더군요 짭짤하다고.
정리할게요.
명장면과 명언을 쓰기 위해 안달을 낸 나머지 소설을 망쳤어요. 이걸 한편의 대하소설(24권 분량입니다!)로 봐야할까요?
이제 그도 질린건지 초급격하게 완결내고 문피아에 새소설이 바로 연재되는데요. 무슨 생각을 해야할까요?
완결난 던전 디펜스 제 종합 평가는요.
1. 재미는 있음.
2. 근데 재미만 있음.
3. 정독은 딱 150화 [매국노]까지만 추천. 거기서부터는 자ddal 소설로서 휙휙 넘기면서 봐도 무관.
4. 단탈리안의 고뇌는 이해할 필요가 없음. 그냥 고뇌하는게 멋있어보이나봄.
5. 엔딩은 한마디로 "모든걸 내던지고 애인에게 뒤처리 맡기고 도망감"으로 정리 가능.
한 250화? 그 정도까지 보고 접은 입장에서 뒷얘기는 잘 모르겠는데, 제가 접은 이유랑 통하는 면이 많은 듯.
굳이 단점을 더한다면 일본어식 어투가 많다는 건데, 이건 뭐 작가가 라노베로 새로 쓴다고 하니 별 문제가 안 될 거 같고
나머지는 극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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