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재밌기는 합니다. 스토리 진행도 흥미롭고요.
전작인 메모라이즈는 중반 정도에서 접었지만...
분명 전작보다 잘 쓰고 필력도 상승했다는 걸 딱 봐도 알 수 있는데 저를 힘들게 하는 점이 몇개 있습니다.
메모라이즈 때 "사용자 OOO" 이런 수식어 때문에 접은거나 마찬가지거든요.
전 살면서 이름 앞에 호칭을 붙이는 경우를 거의 못 봤습니다. 보통 뒤에 붙이죠.
단지 호명할 때 앞에 붙이는 경우는 있어도 일상생활에서 이름 앞에 저런 수식어를 붙이진 않으니까요.
그것처럼 이 작품에선 "오라버님"이 너무 거슬립니다. 소름까지 끼치더군요.
사랑방손님과 어머니에 나올법한 작위적인 오라버님 아닐까요?
오라버님이란 단어는 조선시대부터 오랜시간 이어져 온 호칭이지만
현대에 들어와서는 오빠라는 신조어로 대체되면서 이제는 잊혀진 단어나 마찬가지죠.
현실에서 쓰이기보다는 여중생들이 아이돌 가수들한테 주로 쓰는 그런 단어...
아주 옛날분들이 "어허. 오래비한테 오빠라니 버릇없게. 오라버님이라 부르거라." 라는 식으로
정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현대에 거의 쓰이지 않는 단어를...
이설아라는 캐릭터가 뜬금없이 쓸 때 소름끼쳐서 잠시 멈칫 했었습니다.
거기다 갑자기 운동장 같이 뛰자는 장면은 오글거림으로 ㄷㄷ
거기에 더해 등장하는 여자들이 너무 비현실적이에요.
육광이니 뭐니 하면서 철벽치고 꽤나 높은 위치의 여자들이 주인공 앞에서만 강아지처럼 변합니다.
태도나 성격, 말투, 행동 등 정말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서 몰입이 안 됩니다.
대리만족도 적당히 해야 재밌는데 이건 좀...
주인공한테 호감을 가지고 반하는 건 이해가 갑니다만
나오는 여자들이 전부 일본 미소녀 만화에서나 볼법한 여자들만 나와요.
전부 시크하고 도도하고 싸가지 없지만 얼굴은 절세미녀에 남들에겐 또라이지만 설지후에겐 애교쟁이가 되죠.
물론 저런 여자들도 현실에 존재하겠지만
저런 여자들만 존재하지는 않잖아요.
마지막으로 제가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죽음에 대한 그들의 반응입니다. 이해가 안 갑니다.
낙원에 진입할 경우 강한 신체능력, 막대한 재화, 모험 등 여러가지 이득이 있겠죠.
그리고 죽을 경우 낙원에 진입했던 기간과 비례해서 상실감을 느끼고 현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겠고요.
그러니까 본인이 죽는 경우에 분노하고 좌절하고 절망하는 건 이해를 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동료의 죽음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거 아닌가요?
조금 비약해보자면 온라인게임하다가 내가 PK 당하면 빡치지만 길드원이 PK 당하면 "어라? 저런 나쁜새키들이..." 정도지
눈물 흘리면서 정신 못 차리고 죽일듯이 달려들진 않죠. 빡치는 정도의 차이가 있잖아요.
동료가 죽어도 어차피 현실에서는 그냥 살고 있는건데...
현실에서 가족도 아닌데 낙원에서 죽는걸 가지고 저렇게 분노하고 이성을 상실하는게 이해가 안 가네요.
차라리 낙원에서 죽으면 현실에서 죽거나 불구가 된다거나 더 큰 페널티가 있다고 하면 이해가 되지만
고작 저 정도 페널티 때문에 동료의 죽음에 저런 반응을 보이는게...
거슬리는 점만 적어지만 재미는 있습니다.
같은 작가니까 당연히 메모라이즈랑 비슷한 소설입니다만
스토리 전개나 스타일이나 전작보다 더 잘 쓰고 더 재밌는 것 같아요.
자기복제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메모라이즈를 끝까지 읽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비슷하지만 복제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앞으로의 내용이 궁금하다는 거죠.
개인적으로 메모라이즈는 뒷 내용이 궁금하지 않았어요.
반면에 탐식의재림은 그만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뒷 내용이 궁금합니다.
그럼 그만큼 구매력 있는 작품이란 소리고 재미도 만족시킨다는 거겠죠.
아쉬운건 보기 싫은 부분 걸러내고 보고 싶은 부분만 볼 줄 아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는데
저는 그런 능력이 없어서 거슬리는게 있으면 글 자체를 보기 힘들더라고요.
오라버님이 더 나오거나 오글거리는 장면이 나오는 부분들은 그래도 참겠는데
낙원에서의 죽음을 너무 깊게 받아들이는 장면이 더 나오면 그만 읽을 것 같습니다.
간만에 새로 읽기 시작한 신작인데 좀 아쉽네요.
(비밀상점)
당일제조 생오리주물럭 500g특가!
(332)
도서 월간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