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전에 대출받자”…11월 가계대출 13.6조원 사상 최대폭 늘어
이윤주 기자 [email protected]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0년 11월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982조1000억원으로은 한달 새 13조6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이 관련 속보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규모다. 올 8월 작성한 종전 최대치 11조7000억원을 3달만에 뛰어넘었다.
주택담보대출이 10월 6조8000억원, 11월에도 6조2000억원 늘어 증가 흐름을 지속했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과장은 “전세자금 대출 규모는 축소됐으나 이미 승인된 집단대출이 늘고 부동산 매매거래 관련 자금수요가 늘어난데 주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신용대출 중심의 기타대출이 한달 새 7조4000억원이나 늘어 기타대출 월별 증가폭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역시 종전 최고치였던 지난 8월 5조7000억원을 뛰어넘은 규모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한 생활자금 수요, 부동산 거래 자금, 주식투자 자금 등이 일제히 쏠린 결과다. 특히 지난달 30일부터 고소득자의 신용대출을 조이는 대출 규제를 적용하기로 발표하면서, 규제 이전에 관련 자금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기타대출을 크게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윤 과장은 “최근 들어 수도권 일부 지역이나 지방 광역시를 중심으로 매매거래가 다시 늘고 있는데 주택담보대출 뿐만 아니라 신용대출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가장 주된 요인으로 보고 있는 것은 신용대출 규제 시행에 앞서 필요자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30일부터 연봉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가 신용대출 총액 1억원을 넘기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비은행권 60%)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 1억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아 1년 이내에 부동산 규제지역의 주택을 구입하면 신용대출을 회수하도록 했다.
기업대출은 대기업대출이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크게 늘어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은 6조7000억원 늘었다. 이중 대기업대출이 3000억원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대출은 7조원 늘어 11월 증가액으로는 가장 큰 폭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윤 과장은 “대기업의 경우 유동성 사정이 개선돼 운전자금 수요 등이 둔화된 반면, 중소기업은 개인사업자 및 중소법인의 수요가 이어지고 은행 및 정책기관의 지원도 지속되면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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