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2, 400만 관객은 설계당한걸까?

전작을 뛰어넘지 못할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했지만, 이거 보고나니 생각 이상의 씁쓸함과 허무함이 몰려온다. 뭔가를 보긴 봤는데, 뭘 봤는지 도통 모를 그런 기분, 알랑가 몰라. 러닝타임 역시 2시간이 넘는데 중간 중간 스킵을 누르고 싶어 손가락이 근질거려 혼났다. 새벽 1시까지 굳이 이걸 왜 보고 앉아있지? 했을 땐 이미 늦었다. 타짜2 왜 망한걸까...

화투보다 포커가 어울리는 라인업

물론 이 영화는 관객수로 봤을 땐 망했다는 말을 붙이기는 애매하다. 생각보다 꽤 많은 관객이 들어갔으니까. 19세 이상 영화가 400만을 돌파했으면 역대급이라 붙여도 될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망했다는 수식어를 굳이 붙여야겠다. 재미도, 감동도, 작품성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만족시켜 주지는 못했으니까. 

뭐 영화가 망하는 게 한가지 이유 때문이겠는가. 하지만 비주얼부터 뭔가 몰입하기 버겁니다. 화투보다는 포커가 어울리는 라인업이었다. 고광렬과 아귀같은 중견배우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뭔가 화투랑 어울리지 않는 배역들이다. 그만한 연기력을 갖췄다면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니니, 뭔가 화투에 혼을 담아 친다는 느낌보다는 돈 벌려고 치는구나라는 느낌이다. 제 아무리 프리퀄이라도 전작의 그 클래식함을 살리지 못한 라인업이 아쉽다.

벗는 것 말고 뭐가 더있나? 신선도 0% 결말

마지막 20분은 정말 '이거 너무하잖아'가 절로 흘러나온다. 전작과 싱크로율 99%의 장면들을 보여주는데, 이럴거면 왜 굳이 내가 타짜2를 보고 있어야 하는가 정말 궁금하다. 전작을 한번 더 보는 게 낫겠다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제일 중요한 마지막 장면이 클리셰였다는 지점에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귀의 대체자는 어디에?

주요 캐릭터, 그러니까 고광렬이나 아귀는 전작처럼 그대로 나오는데. 고광렬은 그렇다 하더라도 아귀의 재등장은 조금 아쉽다. 그를 뛰어넘지는 못할지언정 그에 버금가는 새로운 캐릭터를 재구성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조승우의 연기는 김윤식과 만나며 쫄깃함을 선사했지만, 최승현은 곽도원도 김윤식도 위협하지 못했다. 비슷한 또래의 비슷한 실력의 라이벌이 등장했어야 예쁜 그림이 나오지 않았을까?

써니와 과속스캔들의 강형철 감독이라면 그래도 뭔가 저질러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던 그 작은 기대마저 와르르 무너졌다. 전작에 있었던 무겁고 중후한 감성에서 오는 긴장감만이라도 살렸다면 이렇게 아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 위험 절박한 상황에서 "싫으면 시집가 이 x끼야"는 좀 아니지 않은가? 

400만 관객들이 나같은 고통을 겪지는 않았을거라는 나름의 위안을 삼아본다. 재탕에 그치지 말고 재발견이 필요한 영화였다. 아쉽고 또 아쉽다. 400만 관객은 도대체 어떤 점에 만족할 수 있었을까? 다음 작품에선 100만이던 1000만이던, 관객들이 설계당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원본출처 :  http://jaemidda.kr/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