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까지 그들을 17번 만날 수 있었다.
조엘 코엔은 1954년생, 에단 코엔은 1957년생이다.
2017년 119번째 영화
12.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2007)
극장 관람
당시에 기록했던 글을 그대로 옮기고, 구분선을 두어 이번 여정에서 다시 만난 소회를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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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2일 글
21세기에 와서야 드리워진 무념한 복수, 아직도 과거에 억압되다
누워서 가끔 뒤척거리기도 하면서 극장 맨 앞좌석에서 싸움하듯 영화가 시작하는 소리를 보았다.
이토록 맹렬한 복수물을 서슴없이 서부극의 부활이라는 가면을 쓰고 시공간의 이중적인 모호함을
방패삼아 써내려가면서도 위선이라는 식어버린 도돌이표보다는 고칠 수 없어진 인생을 추억하는 데
더 시간을 낭비하는 미국인들에게 훈훈한 매질을 하고 있다.
애석하지만, 이 영화는 시대에 덜떨어진 포스트의 개울물을 따라서 미 대선에 맞닿아있다.
그러므로 영화의 제목은 보안관을 위한 작명이 아니라, 살인마를 염원하는 현재 상상형이다.
인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평원을 그늘이 드리우며 먼지나라에 초대된 이들에게
처음으로 찾아오는 것은 극중 주요 인물인 토미 리 존스의 든든한 듯 한 안내 음성이다.
3대를 이어온 보안관의 명예와 동기 없는 살인이 가득 찬 세태에 혀를 끌끌 찬다.
오프닝의 굵직한 뿌리내림의 장식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해설의 난감함에 나도 콧바람으로 대응한다.
인생 사는 게 점점 더 힘들어라고 말씀하시는 주인공인 척 하는 당신은 누구신가라는 의문문을 둔다.
응수하듯 질문을 알아챈 영화는 다음 장면에서 진정한 주인공의 뒷태를 스크린에 둔다.
바로 자신의 정체성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친절함을 동반해주시기까지 한다.
오히려 영화 뒤로 갈수록 궁금해지는 안톤 쉬거(하비에르 바르뎀)의 나약한 체포는 첫 살인장면을 위한 무리수다.
그는 유유히 수갑을 찬 두 손을 앞으로 돌리고 관객에게 전화보고를 하는 /젊은/ 보안관을
자신을 묶었던 바로 그 시정 기계를 사용해서 사망에 이르게한다.
역사적인 복수는 이렇게 직접적이며 한 편으로 직업적이고 은유적인 이중성을 담지한다.
그는 바로 보안관차를 몰아 다른 남자의 차를 세우고 거칠면서도 예의바르게 한마디 한다.
"잠깐만 가만히 계셔 주시겠습니까?"
그리고 화살같은 바람 소리를 가진 탄피가 필요없는 산소 한방을 눌러드린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세번째 주요인물인 모스(조쉬 브롤린)가 총구 망원경으로 같은 말을 반복한다.
하지만, 그의 속보이는 바램과는 달리 현실의 사슴은 훌쩍훌쩍 잘도 뛰어가버린다.
무난히 근접 살인에 성공한 이와 확실히 원거리 사냥에 실패한 이의 얼굴을 또렷히 보자.
거기에 보안관 음성이 그렇게 그리워하는 할아버지 시대를 떠올려 겹쳐 본다면 상상력은 한길이다.
역사 이래 가장 많은 인간을 확실하게 신개척지라는 경제상의 허울로 6천만명이나 확실히
정리해주신 분들을 상징하는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라이플 총을 든 남자와
전혀 찰랑거리지도 않는 깃털같은 머리 모양을 한 다른 남자는 이제 역사를 거역하여 존재한다.
그 중간에 어술렁거리 듯 정의라는 이름을 팔아주셨던 1870년대를 추억하는 분이 있다.
이제 돌아온, 완전히 자기 수용 시설에서 정말 고맙게도 보호된 분, 안톤 시거는
백인의 집을 들어갈 때 예의바른 노크를 하지 않는다, 바로 자물쇠를 부수어 준다.
마치 1800년대 하반기 백인들의 대륙횡단철도가 그들의 지점을 적법하게 통과하는 것에 반하듯.
포장마차같은 집에 '정말 차마' 자식도 없이 사는 이 베트남전 퇴역군인 부부의 길은 예정되어있다.
따로 똑같이, 살인마가 동전 가지고 운명을 말하는 것처럼 사기치면서
죽일 놈, 안 죽일 놈을 아무렇게도 무법적으로 골라 주시는 것과 같은 이치에서이다.
솔직히 매력은 못내 씩씩한 카우보이 총잡이의 서부 지대를 횡단하는 분투가 아니라,
자신을 내려보낸 사무실 백인에게 과감히 빌딩 안으로 들어가 한 방을 내려주시는 살인마에게 있다.
귀여운 것은 적당하게도 카우보이 모자와 제대로 된 총 한자루도 없는 조직 내 해결사(우디 해럴슨)이자
모스의 보호벽이 당연히 되주려던 베트남전 퇴역장교 칼슨을 전화벨소리에 쳐단하는 장면이다.
전쟁 참전 용사이자 백인 남자들의 동지애는 여기서 오히려 우정어린 처형의 신호탄이 된다.
다시 한번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은 확실히 패배였다는 것이 증명된다.
아직도 재수 없게 혹은 있게 줍은 돈 제대로 관리 못하는 모스에게 정이 가는 것을 방지하자면,
안톤 자신도 분명히 말하지만, 돈과 자존심 회복을 위한 남자의 목숨만 주면 여자는 살려주겠다는
제안을 서슴없이 거절하신 아메리카 원주민 학살의 첨병같은 가치관을 갖은 것은 오히려 백인 모스다.
19세기의 아메리카 땅의 백인들은 그런 신사같은 제안 뒤로 원주민들이 머리 가족을 벗긴다는
헛소문을 통해 집단적인 공포의식와 학살을 정당화하는 화려한 능력을 가지셨던 사람들이다.
지능있게 찌질한 모스가 뒤늦게 발견한 지폐 가방에서 건져낸 신호기는 100달러 한 가운데를
파 내고 있는데, 그 자리에는 원래 '문명인들을 위해 미개인들을 근절하자'는 높은 뜻을 설파하신
벤자민 프랭클린의 근엄하신 초상이 들어가야할 자리인데, 이 전대의 고인께서는 자신의 얼굴때문에
백인 남자가 인종도 국적도 불분명한 남자에게 쫓기는 신세를 아신다면 영화라도 난감하실 것이다.
그래도 심심하다면 가장 결정적이면서 모호하고 공들여진 한 공간으로 들어가보자.
노란 줄 쳐진 살인 사건 현장에 손잡이 자물쇠의 구멍 안으로 노란 빛이 통과한다.
안에는 안톤, 밖에는 보안관이 존재한다고 혹은 다른 시간 대에 있었다고 한들 바뀌는 것은 없다.
손쉽게 해결사조차도 한 방에 보내버리신 안톤께서 다 늙은 보안관의 관록에 찬 예기가 두려우셨을까
두려운 것은 사람도 아니고, 보안관이라는 현재적 신분도 아니며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정의와 법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을 대륙에서 삭제시켜버린 전체성이고,
아무리 지치도록 살인을 해도 거기 두려움에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의 초라함이다.
그것이 극 초반 젊은 보안관의 처단과 다른 3대를 내리 받은 늙은 보안관에 대한 본능적인 조그라듬이다.
결국 돈을 차지하는 것은 멕시코갱단인데, 그들이야말로 가방을 챙겨야할 자본적 이유가 방대하다.
모텔에서 여유있게 풀장 밖 사내를 넘실되는 여자가 있을 때 거기서 모텔을 청소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유유히 멕시코와 미국을 베트남전 참전이라는 이유로 횡단하는 백인 뒤에는 감추어진 국경선으로
목숨을 걸고 하루 일당을 찾아 밀입국하는 사람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영화는 결코 주인공 백인 모스와 그 부인의 최후를 보여주는 어울리지 않는 감동을 선사하지 않는다.
당신들이 떠 올릴 것은 시체 안치실의 남자가 그 사람이였을까와 더불어
안톤이 구두를 들어 올릴 때 그녀는 이미 조용히 처단된 것일까가 아니라
200년전 아메리칸 원주민들이 당했을 알려지지 않은 전근대적 학살 만행이다,
이런 부분을 '늑대와 춤을'으로 끌어내리시면 환상이 된다.
하지만, 안톤은 결국 백인들이 만든 도안(파란 신호등은 안전하다)을 믿는 그 순간
바로 즉각 백인들의 가장 간편한 병기인 자동차의 응징을 받게된다.
그 대가는 뼈를 튀어나오게 하는 아픔이지만, 감독은 그제서야 어린 백인남자들을 통해
악수의 손길을 내밀고 존경의 눈빛을 보이면서 여전히 잔존한 자본의식도 잊지 않는다.
그는 뚜벅뚜벅 걸어가고, 영화는 이제 다시 초반의 포장술로 들어가
보안관은 옛 평화로운 시절을 회상하는 지루한 담소와 꿈 이야기를 늘어놓지만,
감독은 역시 속으로도 불편했는지 말이 끊어졌는지도 모르게 화면을 꺼버린다.
요즘 할리우드에서 이는 서부극의 귀환들은 각각 주시할만하다.
그들이 뮤지컬과 더불어 어떻게 자위행위와 의식으로 뭉쳐져왔는가를 의식하면 더욱 그렇다.
이 황량한 서부 복수 공포물을 대하는 마음은 치료되지 못한 백인들의 인종주의에 더욱 불편하다.
감독의 데뷔작부터 이번 작품까지 모두 일독한 사람으로서
그들이 자신의 전작들의 성취와 재기들을 하나둘씩 삽입한 것도 재미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 뜻대로 작품을 읽어주는 것은 주류의식에 대한 항복일 수 있다.
편하게 자 이것은 인생에 대한, 삶에 대한 교훈이다라고 하면 그것은 어느 순간 무역사성을 띈다.
삶은 언제나 지금 여기 이거나 언제적쯤 거기와 손잡기를 멈추지 않는 법이다.
관객은 작품을 새로 만들어야할 의무가 있기에 존재한다는 당연 면제를 거부할 수 없어
'밀양'을 노무현 시대에 대한 참회록으로 읽거나, '천년학'을 시대적 강간 신화로 여기는
짖꿏은 반동의식이 오랫만에 극장을 찾아 누워버린 나에게 다시 찾아들었다.
제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기 바란다. 어디서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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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2일 글 ( 그 사이 9년 6개월이 흘렀다.)
당신, 거기 (가만히) 있어 줄래요?
파란 불이다. 신호등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직진해야한다. 하지만, 그의 첫 대사는 "차 밖으로 나와 주셔야 겠습니다"였다.
그리고 실제로 그는 엔딩에서 차 밖으로 나와야한다. 그의 두번째 대사는 "가만히 서 계시겠습니까?"였다. 그럼에도 그는
가만히 서 있지 않고 기호에 따라 움직였다. 그것이 그의 패착이다. 그는 첫번째 대사와 두번째 대사 사이에 갇혔어야 한다.
그것이 해제되었을 경우에 의거 코엔 형제의 절대악의 심연을 기어이 직면할 수 있게된다. 물론, 그 초대의 종착역이 어디인지는
이미 누구나 안다. 본편은 돈가방에 대한 정통물이라는 점에서 <파고>의 후속물이다. 단지 전면에 서 있는 인물이 교체되었다.
<파고>의 설원은 본편의 황량한 사막지대와 다르지 않다. 이로부터
1980년, 배트남, 웨스턴, 아메리카 원주민 등을 언급함은
전문에서 행했기에 재론은 자기 복제로의 추락이지만, 외벽과 내실 사이를 완벽하게 분리할 시선의 획득은 기실 가능하지 않다.
머니 환타지는 그와 관련된 거의 모든 이를 철저히 파괴시킨다. <파고>와는 달리 이 과정에서 외인으로서의 경찰은 사건 자체에
관여하지 못한다.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한다'라는 이동이 두 편 사이의 주요 변환 중 하나이다. 여기서 주체에 과도하게
주목할 필요는 '의외로' 크지 않다. <파고>의 임산부 경찰서장과 본편에서의 멕시코 접경지역 변두리 보안관은 모두 기민하다.
그들은 사건에 진입하는 즉시 마치 전체를 조망하는 권능의 소유자인 양 좌표를 점한다. 더하여 그들은 자신 주변의 인물들과의
대화 장면이라는 하위 서사라고 분류하기도 미흡한 시퀀스의 말들을 통해 사실상 작품의 내밀한 중핵을 고해성사한다. 무엇보다
그들은 외부에 있고 결코 상처입지 않는다. 그럼에도 <파고>의 그녀가 출산하거나 본편의 보안관이 은퇴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한발 더 나아가면 두 인물은 부부로서 등장하여 일상성의 '사랑' 위에 근거하고 있지만, 전술했듯 경찰서장과는 달리 보안관은
자신이 이 사건을 통제할 수 없음을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절대악 앞에서 거의 유일하게 실존하는 내외부인이다.
영화가 종료된 후 관객의 궁금증은 거의 하나에 집중된다. 과연 그 곳에 '보안관과 절대악은 공존했는가'가 그것이다.
(극장에서 보였던 긴장된 공포감 지속의 느낌이 블루레이판에서는 아주 잠깐 스치듯 지나갔다. 이것은 착시일까? 편집일까?)
'공존'은 결코 '같이 있었다'가 아님에도 그 단어를 호명한 것은 그것이 공존되기를 염원하는 반어적인 표현이다. 제목에서 결코
'젊은이 Yonug Men'는 보이지 않는다. 이 맥락에서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 역)는 '젊은이'인가와
그에 의해 죽어간 이들은 모두 'Yonug Men'일 수 있는가는 질의가 제기된다. 노년과 젊음이라는 이분법은 유의미할 수 없다.
절대악을 초월적인 존재로 제외시키고, 남겨진 모든 이를 ''Yonug Men'이라 설정한다면 이들은 모두 유사 죽음 하에 추락한다.
결말부 안톤 쉬거의 튀어나온 팔의 뼈를 반증으로 그를 포함시킬지는 선택의 문제지만, 이는 절대악의 좌표에서 동반과 징벌
사이 어디쯤에 내려놓는 것이 타당하다. 질문은 반문이 된다. 절대악은 상처를 안고 돈가방을 수거했는지 명확하지 않으며
'Yonug Men'들은 거의 소멸되었을 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문장은 현재형이 아니라 미래형으로서의 예언이 된다.
모스와 안톤 시거의 동일한 행위의 아주 조금 다른 반응을 이에 참고할 수 있다. 그들은 모두 더 어린 자들에게 옷을 청했다.
모스에게 옷을 받은 이들은 '맥주'조차 판매하려 들었고(3인 중 한 명이 이를 만류한다.), 안톤 시거에게 옷을 판매한 소년들은
처음에 '그냥 드릴게요'라고 말했다. 잔인하게도 이들 '더 어린 자들'은 모두 옷의 대가에 만족을 넘어서는 면모를 보인다.
전자가 미국-멕시코 국경 인근이고, 후자는 미국 내부라는 지정학적 차이가 어떤 유의미한 판매자들의 태도의 차별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은 두렵고 서럽다. 이제 애석하게도 '젊은이들을 위한 나라도 없다'라는 문장의 성립가능성에 거북해진다.
절대악은 이를 인증하려 젊은 경찰에게 굳이 체포되면서 등장해 침묵을 유지하다가 서서히 뒤로부터 조여와 곧 그를 교살한다.
첫번째 살인과 두번째 살인은 대상만큼이나 중요한 차이가 있다. 경찰관은 최대한 저항하면서 바닥에 온갖 흔적을 남기고
카메라는 이를 포착하지만, 길에서 만난 두번째 인물은 '그냥' 죽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신분보다는 연령이겠지만, 둘
사이에 대화와 반항의 존재 여부야말로 이분법을 축조한다. 두 살인이 특이한 것은 이후 절대악이 교
살과 압축공기라는 방식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캐릭터의 작법으로 보자면 단순히 두 죽음은 안톤 시거라는 인물의 강렬하고 잔혹한 등장을
위한 재물에 불과하지만, 꺼꾸로 말하자면 두 죽음이 절대악이 앞으로 행할 죽음들과 차별되면서 동시에 대표됨을 지시한다.
부차적인 죽음을 제외한다면 절대악에 의해 관객이 집중할만한 죽음들은 세 지점 정도로 압축된다. 두말할 나위없이 모스와
아내 칼라 그리고 해결사 역할의 칼슨(우디 해럴슨 역) 정도다. 모면된 죽음과 보여지지 않는 죽음 등으로 분류되는 나머지는
대상이 노인인가 아닌가 살인이 실제로 행해졌다면 왜 그것이 보여지지 않은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동전 던지기의 상점
주인을 비롯 닭장차 운전사, 모스의 거주지 관리자 여성, 모텔 여주인, 그리고 범죄조직의 사장 회계사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들의 생사 여부가 아니라 동일한 상황에서 절대악의 등장시마다 죽음과 대면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는 점에 있다.
즉, 이것은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같은 효과를 유발한다. 죽음은 항상 거기에 있을 뿐, 동전은 그저 놀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뒤집어보자면 안톤 시거의 살인이 실제 보여지는 정도에 따라 칼슨 > 모스의 아내 칼라 > 모스 라는 기이한 역순이 정립된다.
칼슨은 무기를 지닌 것이 보이지도 않은 채 카메라가 그의 죽음을 정면에서 선명하게 잡는 것을 거부한 채 흘러내리는 피를
보여준다면, 결말부 칼라의 경우는 아예 그 피조차도 삭제하고 구두를 점검하는 모습만 담는다. 마지막으로 모스의 경우에는
그가 정말 안톤 시거에 의해 죽었는지 아니면 멕시코 마약갱에 의한 죽음인지 명확하지 않다. 후자라면 문제는 더욱 과열된다.
칼슨이 무기나 육체의 저항 없이 죽는 것과 칼라가 동전의 본질을 꿰뚫는 단언을 가하며 죽는 것에는 동일한 면모가 있다.
그들은 절대악 앞에서 무기력한 젊음들이다. 단지 모스만이 일대일 대결을 통해 상호간에 부상을 입히며 거의 동일인인 것처럼
부상을 자가 치유하고 유사한 말과 행동을 함으로서 직접적인 살인의 대면에서 배제될 수 있다. 남겨진 것은 돈가방이다.
정통 머니 환타지 장르의 존재론에 충실한 본편에서 정작 돈가방을 누가 획득했는지는 보여지지 않는다. 갱단과 안톤 시거 중
가방을 찾아갔을 사람을 추리할 수 있는 단서는 많지만, 결코 이를 명시하지 않음이야말로 머니 환타지의 실체이기 때문이다.
절대악이 최전선에 배치된 사유는 이에 있다. 머니 환타지 자체와 관련된 모든 인물 뿐 아니라 세계 그 자체를 진공화시키는
임무를 내재한 안톤 시거는 회계사에게 '내가 보이냐?"라고 묻는 바를 통해 사신으로서의 자신을 고백한다. 그가 두번째
살인에서 노인에게 차에서 내려달라고 정중하게 말한 행위의 부차적인 이유에는 혹시나 피가 차 내부에 남겨질 수 있다는
결백증도 작용하는데, 그는 자신이 살해한 피해자들의 죽음의 증거로서 피를 거부함으로서 동시에 자신을 살인 외부에 배치한다.
칼라와의 대면이나 칼슨의 진술에 따르면 애당초 안톤 시거가 돈가방보다는 절대악으로서의 이같은 좌표 위에 있음이 설명된다.
돈가방은 절대악과 동일체이다. 안톤 시거는 동전 던지기를 할 때 상점 주인에게 '장인의 재산을 노린 결혼'이라는 은폐를
물었고, 모스에게 숙박비 외에 별도의 돈을 받은 모텔 관리자는 안톤 시거에게 죽는다. 돈가방의 행방을 멕시코갱에게 알린
칼슨을 고용한 범죄단의 두목 역시 마찬가지 사유로 살인당하고, 전술한 바 회계사에게 '내가 보이나?"로 묻는 까닭은
회계사에게 돈은 숫자일 뿐, 인간이라는 실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직설적인 지역 경찰과 보안관(토미 리 존스 역)의
대화에서
그들은 '돈이란 무엇인가'를 한탄한다. 보안관은 돈/문 밖에 있고, 절대악은 머니 환타지의 내부인들을 거의 모두 제거한다.
이제 처음의 질문 과연 '보안관과 절대악은 공존했는가'라는 시공간의 차원을 넘어선 문장에 대답할 수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가 없는 이유는 그들이 그들의 세계로 지명되는 윤리를 지속하지 못하고 사라져갔기 때문이다. 결말부에서 보안관이
만나는 노인은 장애인으로 범인에게 총격당해 휠체어에 앉아 박물관을 말하고, 보안관의 두 가지 꿈 속의 아버지는 비록 혹은
그저 꿈 속에서만 아들이 나아갈 바를 위해 불빛을 들고 앞으로 나간다. '더 이상' 노인을 위한 나라가 없는 것과 동시에
노인을 위한 나라'도' 없다라는 문장이 가능한 것은 젊음 Yonug Men'을 '위한' 나라가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노인은 단순히 연령이 아니라 돈을 거부하고 자신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했던 자본주의 외부의 인물들이었다면 젊음 역시
세대의 구분이 아닌 돈가방에 집착한 이들에게 부여되는 호칭이다. 무엇보다 돈가방은 그 자체로 불가지론이다. 절대악은
이를 추구하려는 모든 이를 단절시키는 임무 위에 있지만, 그 역시 결국 마지막 순간에 그 불가지론 안에 갇혀있음을 듣고
소년들에게 거금의 지폐를 지불해야만한다. 누구도 머니 환타지의 불가지론 밖에 존재할 수 없다는 '바깥은 없다'는 문장에서
절대악은 상처입고 사라지고, 보안관은 은퇴 후 겨우 아버지의 꿈 이야기를 전달할 뿐이다. 우리 모두는 그 '나라 안'에 있다.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파고>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더욱 악화되고 황량해진 지금 여기를 진단한 정통 머니환타지이며
더 이상 현자로서의 노인도, 일소하는 이로서의 절대악도 존재할 수 없는 '나라'의 오염된 젊음들에게 보내는 무기명 살생부다.
(연예인)
한강고양이가 왜 1000만뷰 인지 모르겠다는 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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