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조용했다.
그래서 강했다.
sf 영화치고 화끈한 남성미를 느낄만한 씬이 하나 없는데도 집중하게 만든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전작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를 감상할 때
멱살잡힌 느낌으로 끌려갔다면.
이 영화는 감독과 손을 잡은 채 , 인생에 대해서 진지한 대화를 나눈것 같다.
심지어 sf 영화가 이렇게 서정적인 분위기로 흘러가도 되는 것일까. 싶었으니...
진지하기가 이뤄 말할수가 없다.
그 진지함에... ( 초반부에 나레이션까지 있다!! ) 영화를 보면서 희대의 망작이 되는게 아닌가 내심 걱정되었지만,
역시 드니 빌뇌브. 명감독인지라,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조금씩 모여지면서 기우는 날아가 버린다.
소재와 엮인 이야기들을 생각을 하다보니 크리스토퍼 놀란의 " 인터스텔라 " 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이 영화는 sf 의 흔한 소재거리중에 하나인 시간이라는 개념을
한개인에서부터 이끌어와서
놀란의 영화보다는 쉽게 이해할수 있었으며, 적용점이 사람이라는 점에서 더욱 감성적으로 다가왔다.
( 그런데,
손잡은것 같은데 ....왜 멱살잡힌 것 같은 느낌이 들지?? )
당신은 미지의 존재를 만났을 때,
어떻게 할것인가.
우리는 우리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
바로 언어를 통한 대화와 소통, 이해이다.
고유한 문화에서 비롯된 언어의 특별함은 그들의 과거를 품고있고 그것을 하나의 고유한 개체가 사용함으로써
현재를 유지하고 나아가서 미래를 형성할수 있다.
고유한 언어란 개체들의 특이성을 나타낼수 있는데, 그건 외계의 존재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영화에서 외계의 존재는 그들의 특이성으로 인해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것인지는 알수 없지만 그들은 어떠한 경로로 미래를 엿볼수 있는듯하다.
그들의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들의 능력을 이해할수 있는 계기가 될지 모른다.
여주인공 루이스가 그들과 소통하면서 겪게되는 이상현상.
미래를 보는? 그것이다.
루이스는 외계인과 조우하면서 소통하기 위해 "인간" 이란 단어를 가지고 나온다.
인간이란 외계인에게 무엇으로 설명될까.
시간? 삶. 죽음?
과거, 현재, 미래?
감정의 연속? 물체? 형태?
외계인들은 그들의 능력으로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무엇을 보고 있을것이다.
그 무엇이 영화의 맥락을 만든다.
영화속 루이스는 그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알게되면서 미래를 볼수 있게되는데
도입부에서 나온 딸의 죽음이. 바로 그것이 미리 결론 지어진 그녀의 암울한 미래이다.
이는 영화적 장치이며, 영화내 그녀가 느끼는 감정을 관객이 생각하면서 느끼게 할 단서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미래에 사랑스런 아이를 갖게되지만, 참혹한 미래를 알아버리는 루이스
루이스는 결과를 알고도 똑같은 길을 선택할까?
영화는 엔딩 그레딧이 올라갈때 그 끝을 보여주지 않지만 우리는 알수 있다.
도입부가 미래였으니 그녀는 그 선택을 한것이다.
영화가 끝난 후, 도입부를 떠올려보면
이 장면이 당신이 생각한 이야기의 시작이라는 말이 나온다.
영화에서는 도입부가 미래의 끝이지만
관객이 봤을 때는 끝이 아닌 시작인것이다.
시간의 흐름속에, 사건의 흐름속에
인간 내면에 변화가 있다면 그건 끝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탈선해서 또다른 시작점이 발생한것이지 않은가.
명확히 끝과 같은 미래이지만, 미래에서는 그 순간이 시작일수 있다.
명백히 변하지 않는 암울한 미래이지만, 그 끝에 닿기 전에 겪을 인생의 아름다움은 어떻게 할것인가.
새 생명을 창조하는 경이로움과 그와 함께하는 빛나는 순간들을,
더 후의 미래에서 올 결과로 포기할것인가.
혹여 포기하게된다면, 외계인과의 또다른 만남은 어떻게 할것인가.
암울한 미래 하나를 끝이라고 하면 하나의 선상에서의 끝이지만 더 이어보면 새로운 미래가 있다.
이런식으로 sf 영화를 만들어 내다니,
드니 빌뇌브감독 이건 반칙이다.
수작을 떠나 명작에 가까운 듯하다.
sf 를 이런식으로 진지하게 이끌어가도 되는건가.
"인생은 이런 거야" 하면서 깨닮음을 통해 가르치려한다.
좋은 영화이다.
"곡성" 이후로 오랜만에 open mind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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