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옆자리에 누가 앉으면 불편해'…통로 쪽 앉고, 짐 올리고 ..

얼마 전 기자의 다른 연재기사에서 일본 지하철 이용에 대한 남녀 간의 의견차와 지하철 성추행 문제를 다룬 바 있다.

한국이 아닌 일본에 관한 내용이었지만 ‘한국도 비슷한 상황고, 특히 자리 이용에 문제가 많다’는 의견과 여러 독자로부터 한국 실정도 다뤄달라는 요청, 사진, 사례가 전달됐다.

이에 일주일간 서울 지하철, 버스에 올라타 모습을 관찰하고, 그들에게 이유를 물어봤다.

옆자리 앉는 누군가가 불편하다는 사람들. 이미지와 같은 상황이라면 남성도 불편을 느낀다.

■ 통로쪽 의자에 앉고, 옆에 짐 올리고

제보와 사례는 서민의 발인 대중교통 특히 ‘버스에서 통로 자리에 앉아 옆에 다른 사람이 앉는 것을 방해하는 여성이 주를 이룬다‘며 ’이들은 가방 등 물건을 올려놓기도 하고, 자리에 앉겠다고 말하면 불편한 표정을 짓는다‘는 내용이었다.

통로 쪽 자리를 선호하는 여성들. 그들은 '냄새' 등의 다양한 이유로 불편을 호소하며 통로쪽 자리에 앉는다.

대중교통에서 이 같은 모습은 기자가 직접 본 적이 있어서 공감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취재결과를 먼저 말하자면 엉뚱하고 사실과 다른 제보는 아니었다.

하지만 여성만 그런 것도 아니고, 불편한 표정은 없었다. 불편한 표정은 일부가 경험한 것으로 보인다.

낮에 진행한 취재에서는 여성 이용자가 많았던 탓에 여성이 남성보다 많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출퇴근 시간 등 혼잡할 때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기자가 약 일주일간 오전, 오후로 나눠 매일 1시간씩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본 모습은 버스에서 30건, 지하철 4건이었다.

■ ‘옆에 누가 앉으면 불편해’

버스 통로 자리에 앉거나 옆자리에 물건을 올려놓은 이들에게 취재목적을 설명하며 이유를 물어봤다.

한 중년 여성은 “햇빛이 창 너머로 들어와 통로 자리에 주로 앉는다”고 말했다.

가방을 옆자리에 올려놓은 여성은 “가방이 무거워 올려놨다”며 “사람이 오면 가방을 치울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한가득 쇼핑한 여성은 “옆에 놓으면 사람들이 발로 차고, 발 앞에 놓기에는 공간이 좁다”는 이유를 들었다.

한 젊은 여성은 “옆에 누가 앉으면 불편하다”며 “옆에 앉지 못하게 하는 것도 아닌데 문제 될 건 없다”는 반응이었다.

반면 등산 장비를 의자에 올려놓은 어르신은 “젊은 사람이 서서 가야지“라고 훈계했다.

한 중년 남성은 다리를 넓게 벌리고 앉아 않고 싶은 생각을 사라지게 했다.

20대로 보이는 남성은 입을 굳게 닫으며 창가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러한 모습을 보인 이들에게 “옆에 누가 앉으면 불편한가”라고 묻자 “사람이면 다 그렇지 않나”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에 “대중교통은 모두가 이용하는 시설이다. 불편은 일부 감소해야 하는 건 아닌가”라고 질문하자 “앉고 싶으면 비켜달라고 하면 되는 거 아

니냐”는 퉁명스러운 말이 이어졌다. 또 다수가 불편한 심기를 보이는 등 싸늘한 반응이 이어졌다.

여기서 문제는 앉을 자리가 없는 상황에서도 이어져, 말하기를 꺼리고 포기한 시민들이 힘들게 서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상황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버스 안이 매우 혼잡하지만 통로 쪽에 앉은 여성은 가방을 쥐고 홀로 앉아있다. (사진= 제보자 제공)

■ ‘차라리 서서 간다’

앞서 서서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 앉으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자 다수에게서 “서서 가는 게 몸도 마음도 편하다”는 말이 나왔다.

이들은 “서로 불편하니 참을 수 없을 만큼 힘들지 않으면 그냥 서서 가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말은 남녀를 불문하고 청년층에서 주로 나왔는데, 중년층에서는 이러한 생각과 달리 "양해를 구하고 앉는다"고 답했다.

반면 다른 이유도 있다.

지하철역에서 남녀 30명에게 단답형 설문과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전 기사에 게재된 댓글처럼 ‘술·담배 냄새, 체취, 부족한 공간’ 때문에 서서 간다는 의견이 나왔다. 

남성은 ‘공간 부족‘을 꼽은 반면 여성은 ‘냄새‘를 지적했다.

지난 기사에 게재된 댓글 일부 캡처. 남성들은 '냄새'와 다리를 벌리지 않는 등 주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취재 기간 시민 대부분은 대중교통을 질서 있게 이용하고, 임신부와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였다.

반면 일부에서는 '불편하다'는 이유로 얼굴을 찡그리기도 하고, 앞서 늘어놓은 사례처럼 남에게 피해를 주는 모습도 보였다.

성숙한 시민의식은 작은 실천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좋겠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2&oid=022&aid=0003222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