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베트남이 사상 최초로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4강에 진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의 반응은 '어린 동생'의 재롱을 보듯 여유가 넘쳤다. '잘하면 베트남과 결승에서도 만나겠다'며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베트남은 이번 대회 한국의 조별리그 첫 승 제물이었다. 지난 11일 김봉길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은 베트남을 상대로 2-1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되던 이 경기에서 대표팀은 베트남의 응우옌꽝하이에게 선제골을 얻어맞은 뒤 힘겹게 경기를 이어나가야 했다. 

우즈베키스탄에 1-4 대패 

수비 위주 운영 패배 자초 

예선 내내 경기력 아쉬워 

'박항서 신드롬' 베트남 

27일 동남아 첫 우승 도전 

한국은 카타르와 3~4위전

그 후로도 불안한 경기를 이어나가던 한국 대표팀은 결국 23일 4강전에서 대패를 당했다. 우즈베키스탄에 시종일관 끌려다니던 대표팀은 연장 경기 끝에 1-4로 무너졌다. 

조별리그에서부터 시종일관 답답한 경기력을 보여 주던 대표팀이었다. 3승 1패의 성적표는 그럴싸해 보였지만 경기 내용은 박수를 보내기 힘들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해할 수 없는 선수 구성을 했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수비 조직력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 수 아래'의 약팀으로 평가받는 상대를 만나도 수비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이날도 중앙 수비수가 쉽게 내준 공간으로 들어간 스루패스가 우즈베키스탄의 선취골로 이어졌다. 전반 점유율이 44%까지 내려갈 정도로 몰렸던 한국은 가까스로 1-1 동점 상황을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후반 29분 장윤호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수적 열세 속에 완전히 허물어졌다. 

한국 축구 팬이 망연자실한 사이 베트남 대표팀을 이끈 박항서 감독은 '국민 영웅' 반열에 올랐다. 베트남 축구사를 새로 쓴 박 감독에게 '호찌민 아래 박항서'란 말이 나돌 정도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김 감독과 마찬가지로 지휘봉을 잡은 지 4개월 남짓했지만 박 감독은 철저한 '정신 개조'로 베트남 선수를 바꿔놨다. 피지컬에서 우위를 점한 팀들을 잇달아 상대했지만 주눅 들지 않고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게 했고, 선취골을 내준 상황에서도 악착같이 달려들게 만들었다. 4강전 승리 후 박 감독은 "23명의 선수가 모두 똑같이 중요하고 모두에게 각자의 역할이 있고 난 그들의 능력을 강하게 믿는다"며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김 감독과 한국 대표팀이 고개를 숙인 채 카타르와의 3~4위전을 준비해야 하는 사이 우리가 '어린 동생'쯤으로 평가하던 베트남은 27일 동남아 국가 첫 우승에 도전한다. 양 팀의 입장은 그 짧은 사이에 이렇게 뒤바뀌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