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정부 개헌안을 보고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헌법과 법령을 처음부터 한글화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이 변호사 출신이니까 법조문에 대한 문제의식이 특히 있었을 법 한데요.
대체 어떤 문제들을 안고 있는지, 오늘 새로고침에서 짚어 보겠습니다.
박영회 기자, 헌법부터 볼까요.
법리의 문제 말고 단어나 문장, 그러니까 국어의 차원에서 문제들은 어느 정돕니까?
◀ 기자 ▶
충격적인 결과인데 조문의 80%에 문법, 표현상의 오류가 있었습니다.
국립국어원 검토 결과 137개 조항 중 111개를 손봐야 한다는 겁니다.
심지어 맞춤법이 틀린 것도 있습니다.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이 '부칠 수 있다'가 맞죠.
띄어 써야 할 걸 잘못 붙여 쓴 것도 있었습니다.
◀ 앵커 ▶
맞춤법도 문제지만, 내용과 표현이 이상하다는 건 어떤 사례가 있습니까?
◀ 기자 ▶
쉬운 말 놔두고 어렵게 쓴다는 게 문제입니다.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각자…라 하면 되는 걸 어렵게 쓴 표현입니다.
"기망"은 '속임수'로 고쳐 쓸 수 있습니다.
"주류"라는 표현 '주둔'이라고 하면 쉽게 이해되죠.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 이상한 번역체입니다.
'대통령 후보자'가 맞겠죠.
◀ 앵커 ▶
이런 거 찾자면 끝이 없겠습니다.
고치려는 노력은 안 합니까?
◀ 기자 ▶
네, 개헌이 필요한 헌법 외에 다른 법령은 꾸준히 고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령이 4천 7백여개, 너무 많습니다.
앞서 보여드린 민법이나 내용 어려운 세법은 이미 쉽게 고쳐서 국회에 보냈습니다.
하지만, 국회가 미적대면서 폐기됐습니다.
법조문을 쉽게 고치는 운동은, 해외에선 이미 1970년대부터 시작됐는데요.
주로 어려운 세금 관련 법이 대상이었습니다.
옆나라 일본은 2004년부터 우리처럼 어려운 한자어를 없애고 있습니다.
가령 '정상참작'이라 할 때, '참작' 어려워서 안 쓰기로 했습니다.
일본인들도 어려워서 없앤다는 이 일본어식 한자 표현이, 우리 민법, 형법엔 20번 가까이 나옵니다.
쉽게 고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도 국회가 미적대서 폐기 되었다고 하는군요.
죽어가는 한자어들이 쓰이는 것은 역시 큰 문제라 생각합니다.
(격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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