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한국행 가능성 커졌지만…미국은 여전히 그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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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한국행 가능성 커졌지만…미국은 여전히 그를 원한다
수정 2024-03-08 18:52 등록 2024-03-08 09:57

“한국 송환하라” 항소법원 결정 나왔지만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 최종 승인 받아야

미국 “양국 협정 따라 신병 인도 계속 추진”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송환하라는 몬테네그로 법원 결정이 나왔다. 그러나, 미국 법무부는 성명을 내어 권씨 미국 송환을 계속 추진한다고 밝혔다.

7일(현지시각) 미국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씨를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송환하기로 다시 결정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씨를 미국으로 인도하기로 결정했지만 2주 만에 결정을 뒤바꾼 것이다.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2주 만에 결정을 바꾼 근거는 공개하지 않았다.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지난 5일 권씨의 항고를 받아들여 미국 인도를 결정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결정을 무효화 하고 재심리를 명령한 바 있다. 한국 법무부의 범죄인 인도요청서가 미국의 요청서보다 더 빨리 왔다는 게 항소법원 판단의 근거였다. 하급심인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의 판단을 수용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마리야 라코비치 포드고리차 고등법원 대변인은 “권씨 쪽이나 검찰 쪽이 상고하지 않는다면 며칠 안에 한국으로 송환될 수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번 판결은 한국 송환을 선호해온 권씨 쪽의 승리”라며 “도망자 생활을 했던 권씨의 법적 여정에서 일어난 반전”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40년 정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하기 때문에,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내릴 수 있다. 이 때문에 권씨는 변호사를 통해 한국행을 원한다고 피력해왔다.

다만, 실제 그가 한국으로 송환될지는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의 최종 승인 등을 거쳐야 하며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미국 법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미국은 관련 국제 및 양자 간 협정과 몬테네그로 법에 따라 권 씨의 (미국) 신병 인도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현지 방송과 인터뷰에서 권씨의 인도 대상국과 관련해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며 권씨의 미국 송환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적 있다.

발칸반도에 위치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몬테네그로는 권씨를 미국으로 인도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앞서, 테라폼랩스 대표인 권씨는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해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로 넘어왔다. 지난해 3월 현지 공항에서 위조된 코스타리카 여권을 소지한 채 두바이로 가는 전용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당시 함께 검거됐던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도 지난달 몬테네그로의 법원의 한국 송환 결정 이후 일주일만에 한국으로 송환됐다.

김미향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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