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만 본다면 새로운 아우디 RS4 아반트는 깊은 감흥과 놀람이 없는 차다. 우리는 이미 RS5를 타면서 비슷한 성능을 경험했다. RS4 아반트는 특별히 부족한 곳을 찾기 힘든 훌륭한 차다. 열성적인 V6 2.9L 터보 엔진의 빠른 반응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뒷차축에 자리 잡은 스포츠 디퍼렌셜 시스템과 네바퀴굴림의 조화도 만족스럽다. 변속기는 오래된 듀얼클러치 방식에서 새롭게 다듬은 8단 토크컨버터 방식으로 교체했다. 이런 구성은 RS5에 먼저 선보였고 사람들은 열광했다.
아무리 RS4가 RS5와 비슷하다고 해도 RS4에 대해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RS4는 전통적인 입문용 고성능 모델의 매력을 지닌다. 더군다나 RS4 아반트는 슈퍼 왜건 시장에서 선도 역할을 한다는 좋은 평을 받는다. 최신 모델은 2000년에서 2002년까지 생산된 오리지널 B5 모델과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가장 큰 공통점은 대배기량 V8이 아닌 3.0L 미만 V6 터보 엔진을 사용한다. 오직 왜건 전용 플랫폼에 맞춰 다시 설계한 엔진이다.
일반 아우디 모델과 유일하게 공유하는 부분은 수려한 외모다. 시승차는 미사노 레드 페인트와 20인치 알루미늄 휠이 옵션이다. 부풀린 휠아치만 봐도 일반 2.0 TDI A4 아반트와 다르다. 운전석에 앉으면 직관적이고 기능적인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용을 다 아는 버튼들을 보면서 허무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실내는 일반 A4처럼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다. 묘수를 부리지 않는 독일차 특유의 정직함과 우직함을 드러낸다. 예리하고 무자비한 성격을 보여주는 구성도 눈에 띈다. 알칸타라로 덮은 스티어링휠은 손에 쥐는 맛이 좋다. 변속기는 넓적하고 평평한 모양이 특징이다. 알칸타라는 옵션이지만 확장형 볼스터 기능을 포함한 스포츠 시트는 기본이다. 시트 덕분에 어느 누가 앉아도 불만이 없다.
시동버튼을 누를 때 포효하는 V6 엔진 사운드를 들으려면 1200파운드(180만원)를 들여 스포츠 배기 옵션을 선택해야 한다. 시동을 켜면 매우 빠르게 소리가 줄어들고, 상당히 깊은 곳에서 나는 미묘한 울림소리가 연이어 전해진다. 주행모드를 컴포트로 설정하고 변속기를 D에 놓으면 차는 기름칠한 바닥 위를 미끄러지듯이 편안하게 출발한다. 최근 선보인 다른 RS 모델과는 다른 주행감이다. 2000파운드(300만원)짜리 옵션인 다이내믹 라이드 컨트롤 댐퍼는 울퉁불퉁한 도로에 맞서 가장 알맞은 승차감을 구현하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사람들은 주관에 따라 전혀 다른 2가지 관점으로 RS4를 바라본다. 카리스마 넘치는 V8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매우 아쉬워하는 쪽과 부드러운 파워트레인과 승차감이 못마땅해 RS5로 마음이 기울어지는 부류다. 반대로 편안하고 유용한 차를 원하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매우 빠른 이동수단을 찾는다면 RS4 아반트 만한 차도 없다. 모든 상황과 조건에 대응할 준비를 마친 유일한 차다.
바짝 얼어붙은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RS4를 탔다. 다행히 윈터타이어를 달아서 조금이나마 역동적인 주행을 할 수 있었다. 업그레이드를 거친 댐퍼와 휠, 6000파운드(900만원)짜리 카본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도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리라고 희망했다. 옵션으로 선택한 20인치 휠은 기본형 19인치 단조 휠과 비교해 무게가 8kg 줄었다. 브레이크도 카본세라믹 소재를 사용해 8kg을 덜어냈다. 2가지 선택만으로 무게를 16kg이나 줄였다니 대단하다. 물론 수 많은 생각과 함께 추가 비용이 들겠지만 돈을 들일 만하다.
온종일 RS4와 돌아다녔지만 성능을 온전히 다 확인하기는 힘들었다. 스로틀을 활짝 열어 달리고 싶은 유혹이 아주 강했다. 스로틀을 열면 RS5보다 훨씬 더 자연스러운 소리를 내며 경쾌하게 달려나간다. 정확하면서도 풍부한 소리다. 3000rpm 아래에서 변속이 진행될 때 실내로 들려오는 소리는 강렬하다. 배기구에서는 거대한 대포 소리가 울려 퍼진다. 스로틀을 강하게 열면 RS4는 회심의 한방을 보여준다. 오른쪽 패들시프트를 당기는 즉시 차는 모든 힘을 짜내며 폭발적인 가속을 보여준다. 대단한 일도 아니다. 일반모드에서 고작 2단까지만 단수를 올렸을 뿐이다. V6 엔진은 엔진회전수에 상관없이 어느 구간에서나 활발히 움직인다. 그중에서도 확실히 눈에 띄는 구간은 최대토크 61.1kg·m가 나오는 1900rpm 부근이다. 결과적으로 RS4 시승차는 윈터타이어 때문에 동력 손실이 발생했다. 그렇지만 윈터타이어는 차의 성격과 엄청 빠른 왜건 차체를 고려하면 오히려 안전하고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RS4 아반트의 파워트레인은 즉각 반응하고 움직임은 역동적이다. 스포츠 디퍼렌셜은 꽁무니의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강한 힘을 내는 상황에서도 뒤쪽 미끄러짐을 몇 단계로 나눠 차체를 올바르게 잡아준다. 세라믹 브레이크는 지칠 줄 모르고 변속기는 아주 산뜻하다. 저절로 기분이 좋다.
새로운 RS4 아반트는 오직 운전하고픈 생각에 아침 일찍 침대에서 일어나게 만드는 차는 아니다. 극단적인 고성능보다는 성능을 챙기면서 일상생활에서 제 역할을 다하는 개념을 아주 잘 살린 차다.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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