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시작입니다. 밖에는 봄비가 싸늘하게 내리고 있네요.
저는 어제 밤 야식으로 먹었던 생굴이 잘못되었던 모양인지 새벽부터 응급실에 실려갔다 왔습니다.
입으로 쏟아내고 밑으로도 쏟아내고, 그 와중에 비염까지 겹쳐서 코에서도 콧물이 쏟아지고.
고통스러워서 눈물도 찔끔나고.
그렇게 수액맞으면서 병실에서 골골거리다가 조금 몸이 괜찮아져서 2시간 전에 집으로 왔습니다.
오늘 회사는 병가를 냈습니다.
잠이나 좀 더 잘려고 했더니 모든 구멍에서 쏟아내고 나니 오히려 너무 힘들어서 잠이 오질 않더군요.
멍하니 컴퓨터로 유튜브나 보고 있다가 추천글을 쓰려고 마음 먹었던 소설이 떠올라 이렇게 자리에 앉았습니다.
1. 유자광의 요사귀검. (평점 3.9 / 5.0 )
https://novel.munpia.com/401027?mode=prefer
장르는 대체역사이긴 하지만 실제로 본 작품은 무협과 조선 어우러진 조선 무협지에 가깝습니다.
글의 배경과 분위기가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유자광은 갑사에서 정1품 공신까지 출세한 인물로, 일본의 다이묘들도 탐내는 고강한 무공을 가진 조선제일검이었습니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그는 귀양지에서 70세의 나이에 숨을 거두게 됩니다.
기골이 장대한 소년이 잠에서 깨어납니다.
소년 유자광입니다.
꿈속에서 유자광은 74세의 비루한 노인으로 귀양지에서 쓸쓸하게 죽었습니다.
내가 소년으로 회귀한건가? 아니면 개꿈인가.
정신이 몽롱합니다. 귀양을 가서 죽은 것을 제외하면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니 개꿈이 맞는 것같습니다.
유자광은 첩의 자식입니다. 아버지는 부윤 벼슬을 지낸 양반으로 천한 노비출신의 어머니를 첩으로 거느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유자광은 서자보다도 더 아래로 치는 얼자입니다.
과거시험은 물론이고 무과로써 출세를 하는 일조차 꿈도 꾸지 못합니다.
유자광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산에서 검을 휘둘렀습니다.
자신은 무과 시험을 볼 수도 없고 중국의 강호인들처럼 살수가 되어 이권에 개입할 수도 없습니다.
단지 왜적이나 화적이 빈번한 세상에서 어머니와 형제들을 지키는 것밖에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검을 휘둘렀습니다.
천출로 태어난 욕구불만을 이렇게라도 해소하지 않으면 죽을 것같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유자광은 영특한 머리와 뛰어난 무재를 가졌습니다.
한양에서 과거에 합격하고 집으로 잠시 내려온 그의 장형 유자환은 그에게 갑사를 추천하며 지리산에 있는 은거한 기인을 찾아보라 합니다.
작중 배경은 반상의 법도가 지엄한 조선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도 출신성분에 따라 한심하기 짝이 없는 사또의 자식이 자신의 목에 칼을 겨누고 누명을 씌어 곤장을 때려도 아무말도 하지 못합니다.
주인공은 그런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소설을 보며 굉장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왜 이런 소설이 조회수가 이정도 밖에 되지 않는 걸까 하면서요.
너무 빨라 소설의 흐름을 헤치지도 , 너무 느려서 지루함이 느껴지지도 않는 딱 적당한 호흡, 조선이라는 배경과 무협을 섞어 그 고매한 분위기를 살려난 작가의 필력, 그리고 매력적인 주인공.
이토랜드의 독자님들도 꼭 한번 읽어보셨으면 하는 매력적인 분위기의 소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이 연중되지 않고 계속 연재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매우 큽니다.
2. 동로마 황녀가 내 아이를 임신하셨다. (평점 4.1 / 5.0 )
https://novel.munpia.com/400558
이 제목을 보시고 무슨 제목이 이렇게 자극적이야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제목만 이럴 뿐 깊이가 있는 소설입니다.
마찬가지로 이작품도 대체역사소설이긴 하지만 바바리안 퀘스트(백수귀족)나 알브레히트 일대기(도동파)와 같은 로우파워 판타지물에 가깝습니다.
본작품은 흔한 대체역사 소설들처럼 비누나 연필, 경구수액 이런 현대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물품들을 개발하여 돈을 벌고 세상을 휘어잡는 그런 소설이 아닙니다.
위에서 쓴 것처럼 오히려 로우파워 판타지, 전쟁, 궁중 암투 모략물에 가깝지요.
작중 배경은 1005년 쯤입니다.
주인공은 북유럽 노르웨이의 야를, 시그루손의 아들입니다.
시그루손은 신앙을 져버리고 기독교를 믿겠다고 하는 노르웨이 왕의 머리를 발할라를 외치며 찍어 죽여버렸습니다.
모시던 왕을 배신한거죠. 그러곤 스웨덴의 왕이었던 푸른 이빨 하랄에게 왕위를 갖다 바쳤다가 기회가 찾아오자 하랄마저 배신하고 노르웨이의 지배자가 된거죠.
패륜으로 유명한 크루세이더 킹즈3가 생각나지 않으십니까?
맞습니다. 저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주인공은 그런 시그루손의 아들입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업보탓에 북유럽은 불안정하기 짝이 없습니다. 언제 뒤통수에 도끼가 찍힐지 모른다고할까요.
그래서 주인공은 도망을 가기로합니다.
동로마로 이주하는거죠. 동로마의 바랑인 친위대(바랑기안 가드) - 북유럽의 바이킹 용병으로 이루어진 황제 직속의 친위대 // 제도를 이용해서요.
동로마의 전통 민속놀이 반란과 내전탓에 그가 친위대의 고위장교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는 1200명의 바이킹용병들을 이끌고 동로마제국에 투신합니다.
이는 동로마 귀족 사회 전체를 뒤흔들만한 큰 일이었습니다.
그의 운명은 순탄해 보입니다. 넘쳐나는 황금과 당대 최고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동로마 제국입니다. 그런 곳에서 황제의 최측근 근위대의 대장이라는 것은 무시하지 못할 부위 명예를 자랑하죠.
규방에서 외롭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동로마 제국 최고의 미녀 , 황제의 조카딸 조이 황녀와 눈만 맞지 않는다면요.
그렇습니다.
조이 황녀가 임신했습니다.
그에게 남은 길은 두 눈이 뽑히고 거세 당한체 동굴에 갇히느냐, 도박수를 던져보느냐 둘중하나입니다.
그 도박수가 반란이냐고요? 아닙니다.
주인공은 황제 바실리오스 2세에게 제국을 괴롭혀오던 불가리아를 2년안에 무너뜨리지 못하면 자신의 목을 바치겠다 말합니다. 정말로 목을 치라고 말합니다.
눈알이 뽑힌체 고자가 되기 싫은 주인공의 똥꼬쇼가 시작됩니다. 카운트 다운은 2년. 2년안에 불가리아를 무너뜨려야합니다.
굉장히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대체역사를 좋아시는 분들은 당연히 읽어보시면 좋은 작품을 얻었다고 좋아하실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로우파워 판타지. 백수귀족 작가님의 바바리안 퀘스트나 도동파 작가님의 알브레히트 일대기를 재밌게 읽어보신분들꼐도 추천합니다.
그냥 잘 쓴 글을 읽고싶다. 개연성 충만하고 잘 짜여진 글을 읽고싶다, 하시는 분들께도 추천합니다.
중세시대 동로마제국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도 추천합니다.
취향에 맞지 않더라도 한번 읽어보시면 후회는 하시지 않을것이라 생각합니다.
3. 꿈을 품은 대마법사. (평점 3.4 / 5.0 ) -3월 10일 수정
// 생각보다 질질끄는 부분이 너무 많네요..//3.6>3.3 평점 조정. //
https://novel.munpia.com/399647
최근 중세 판타지물의 트랜드는 대부분 꿈으로 주인공이 기연을 얻는 것으로 시작하는 군요. 이작품도 그렇습니다.
초반부분은 사실 조금 지루하긴 합니다. 제가 별점을 3.6점 밖에 주지 않은 것도 이 초반부에서 제법 감정이 되었지요.
하지만 잔잔하면서도 중세 판타지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글이었습니다.
작품의 초반부만 본다면 드래곤 라자의 향수가 제법 풍겼다고 할까요.
고아였던 조인공은 자신을 불쌍하게 여긴 여관주인의 배려로 여관에서 일을하다가 수도원에 들어갈 수 있게됩니다.
거기서도 주인공 특유의 성실성으로 제법 인정을 받아 수도사의 길을 권유받게 되지요. 하지만 주인공은 수도사보다는 대마법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그가 꿈에서 기연을 얻고 가혹한 어린시절을 견디며 키워온 꿈이었지요.
그렇게 주인공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순례자 한명과 함께 세상 밖으로 떠납니다.
물론 순례자와 대마법사의 길은 엄연히 다른 것이기에 그 만남은 길지 않았습니다.
주인공은 곧 순례자와도 헤어지고 용병이 됩니다.
사실 글의 전개 속도가 느리다보니 막 이렇다 할 내용은 없습니다.
대충 여기까지가 글의 20화까지 내용이니까요.
글의 전개는 상당히, 아니 요즘 트랜드에 맞지 않게 많이 느립니다.
하지만 그것을 감수할 만큼 저는 잔잔하게 글을 읽으며 예전 드래곤 라자의 향수를 느꼈습니다.
하얀 늑대들과 하얀 로냐프강, 드래곤 라자와 같은 잔잔하면서도 제법 느린 전개의 글을 좋아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물론 이 글이 그 글만큼의 엄청난 필력을 자랑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
분위기와 향수가 그 시절 그 소설들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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