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1년 8월 6일
일기장에게.
돈을 벌러 온 나에게 마음을 터놓고 말할 수 있는 건 너밖에 없구나.
나는 여기 봉사수태를 하러 왔어. 밖에서는 말들이 많지만, 술에 절은 엄마와 도박에 빠져사는 아빠 밑에서는 내 꿈을 이루기엔 돈이 부족하거든.
내 꿈은 우주에서 제일 유명한 프론티어가 되는 거야.
외계인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런 소등시간이야. 나중에 쓸게.
8월 15일
오늘 드디어 신체구조 검사가 끝났어.
피와 오줌 그리고 중력 알레르기 검사까지 했어. 아직도 속이 메슥거려... 그나마 다행히 수태는 가능하대.
봉사수태가 뭐냐고? 아기를 못가지는 또는 가지기에 나이가 많은 사람들을 위해 내가 대신 임신해주는 거야.
예전에는 종교라는 게 있어서 힘들었다던데 요새는 기업들이 주관하고 있어.
하지만 돈을 많이 준다고 아무데나 가면 안돼. 몰래 장기를 빼가거나 외계 생명체를 수태시키기도 한다니까.
그래도 내가 온 곳은 돈은 좀 적게주지만 안전한 곳이야. 국가인증도 받았고.
8월 22일
오늘 1차수정을 진행했어. 잘 됐대. 아프거나 하진 않고 단지 정신이 좀 멍해.
의사선생님한테서 수술 설명을 들을 때 그 분이 잘 생겨서 조금 부끄러웠어. 웃기지?
아 10달아 빨리 지나라..
9월 20일
요새 속이 너무 울렁거려서 도저히 가만있을 수 없어.
이 세상은 온통 냄새투성이야.
10월 2일
아직 배는 안 나와보여. 그래도 자꾸 속이 미슥거려서 산책을 허락받았어.
다른 방에 사는 애도 만나서 이야기를 했어. 걔도 나랑 비슷한 처지더라구.
아빠랑 문제생겨서 독립하려고 여기로 온 거지.
그 외에도 은근히 마음에 맞았어. 다음에도 또 만나고 싶을 정도로.
아, 그리고 이상한 얘기도 들었는데....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다가 오늘은 좀 피곤해서 이만.
10월 5일
그 애가 안보여.
10월 7일
간호사 언니들에게 물어봐도 그런 애는 본 적 없대.
뭐지?
마치 지워져버린 거 같아.
10월 9일
내일 얘기 하자고 의사 선생님이 날 불렀어
무슨 일일까?
10월 10일
의사선생님이 나에게 몸 상태에 대해서 물어봤어.
대답은 했지만 의사선생님은 만족하지 않은 눈빛이었어.
산책에 대해 물어보길래 적당히 대답했어.
내가 간호사 언니들한테 물어본 것 때문인 거 같아.
내가 기분나빠하는 모습을 보이자 의사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어.
여기 부른 다 알거라고. 그런데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간호사에게 말한 인상착의를 가진 애는 아무리 뒤져봐도 데이터베에스에는 없다고. 드론카메라를 살펴봐도 혼자 앉아있는 모습만 보인다고.
그러면서 영상을 보여주는데 정말 나밖에 없었어. 혼자 얘기하고 있는 모습이었어.
순간 머리가 어지러웠어. 방금까지만 해도 그 애가 있었다고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진짜였는지 헷갈리기 시작했어.
'중력 알레르기'의 부수효과로 그럴 수도 있다고 하더라.
나와 비슷한 처지에 마음이 맞는다는 것부터 내가 따로 만들어낸 인격이라고 할 수 있다는데...이해가 안돼.
이젠 뭐가뭔지 모르겠어.
의사선생님은 뭔가 더 물어보려고 했는데,
안 그래도 속도 안 좋고, 의사선생님한테서 나는 비릿한 냄새때문에 머리도 아파서 짜증을 냈어.
의사 선생님은 미안하다며 이제 가보라고 했지만...
대체 내가 본 건 뭘까?
그리고 걔는 대체 뭐였을까?
난 뭘까?
10월 14일
몸이 괜찮아지자 정신도 맑아지는 기분이야.
그 애를 생각하면...지금도 어지러워. 생각하면 할수록 진짜로 같이 얘기를 했는지조차도
의문이 들어. 정말 우주임신 생활이 외롭고 힘든 와중에 중력 알레르기가 와서 그런걸까?
난 이런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서서히 미쳐가는 걸까? 생각할수록 무서워져.
차라리 일기장 너에게 말하고 완전히 잊어버리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래, 내가 그 애(진짜일지 가짜일지 모르지만) 여긴 봉사수태하는 곳이 아니라 잘 꾸며진 인간목장이라는 거야.
애를 출산하고 나면 부모들에게 돌아가서 양육되는 게 아니라...
부잣집 아들이나 남편의 칩을 아기에게 이식시켜서 젊은 몸을 얻는다고...
...웃기지?
말하고 나니 마음이 편하네.
이제 좀 마음놓고 잘 수 있겠어.
10월 15일
누구
이상해 어떻게 알고 있
살
(연예인)
에스파 카리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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