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ro
3
시
30
분 락스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
우빈은 이 화공약품 냄새가 싫지만은 않다
.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는 그가 생계를 위해 선택한일
.
중학교 급식소 주방장 보조라는 그럴싸한 직함이 있지만 다른 도우미 어머니들 보다 하는 일 만 더 많을 뿐 최저시급에 일용직이란 사실엔 변함이 없다
.
그저 같은 값에 사람 더 부리려고 붙여준 직함이다
.
급식소 주방보조의 하루일은 녹녹치 않다
.
오백인분이 넘는 식사를 준비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
단체음식에 사용되는 식재료들은 대부분 수십 키로 씩 나간다
.
이러한 것을 나르고 정리하는 것도 그의 일이다
.
물론 혼자 다하는 것은 아니지만 젊은 남자일꾼이 혼자인 일터에서 그의 몫으로 돌아가는 작업량이 많아지는 건 당연한 것처럼 되 버렸다
.
그 뿐이랴 이곳은 남중이다
.
식사 시간은 홍수에 수문 열린 댐처럼 사춘기 남학생들이 변성기 가득한 괴성을 지르며 쏟아져 들어온다
.
영화 속 괴물군단에게 포위당하는 병사들 심정이 십분 이해가 된다
.
만약 할 수만 있다면
'
브로큰 애로우
'
를 외치고 싶은 순간이다
.'
클리어 불가능한 디펜스 게임하듯 배식을 하고 학생들의 식사가 끝나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멸망직전 폭도 무리에 습격당한 상점을 연상케 한다
.
식탁과 바닥에 널브러진 음식들을 치우고 수백 장이 넘는 식판을 식기 세척장까지 옮기면 우빈은 혼자 락스를 희석한 물을
20
갤런 통에 가득 담고 식당 구석구석을 청소한다
.
마지막 바닥청소까지 마치고 나면 식당 안은 락스 특유의 화공약품냄새로 가득 채워진다
.
'
고된 노동의 끝을 알리는 냄새
'
3
시
30
분 코끝을 찌르는 화공약품 냄새
_
우빈은 이 화공 약품 냄새가 싫지만은 않다
.
흐르는 땀을 옷소매로 슥슥 닦을 때 주방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
"
우빈 씨 커피 한잔해
"
주방에선 어머니들이 먼저 일을 마치고 커피한잔을 하려는 모양이다
.
"
네
!
저도 주세요
."
우빈이 도착하자 어머니 중 한분이 커피 한잔을 건넸다
.
"
오늘도 고생했어
."
"
어머니들도 고생 하셨어요
."
우빈은 언제나 오가는 상투적인 대화를 하고 커피 한 모금을 마신다
.
코끝에 가득했던 약품냄새가 사라지고 믹스커피 특유의 진한 냄새와 맛이 식도를 타고 넘어온다
.
고된 노동 끝 이 맛은 대한민국 평범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그 맛이다
.
언제나 일이 끝나면 이렇게 모여 커피한잔에 웃으며 기분 좋게 수다를 떠는 어머니들 이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더 기분이 좋아 보인다
.
우빈은 말을 아끼는 편이라 이러한 수다에 좀처럼 끼진 못하지만 오늘만큼은 우빈도 기분이 좋은지 표정이 밝다
.
우빈과 어머니들이 커피를 마신 빈 잔을 쥐고 이야기를 마칠 즘 사무실에서 젊은 여성이 손에 종이다발을 들고 나왔다
.
'
급여명세표
'
우빈 과 어머니들이 기분 좋은 이유였다
.
"
신애 어머니
,
아라 어머니
~
……
."
젊은 여성이 한명씩 호명하며 급여 명세표를 나눠준다
.
"
정 우빈 씨
-"
"
네
"
우빈이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름을 호명하자 명세표를 받기 위해 젊은 여성에게 다가간다
.
조급한 마음에 급하게 손을 내밀다
.
손끝이 서로 마주쳤다
.
젊은 여성이 급하게 손을 뺀다
.
당황한 우빈이 바닥에 떨어진 명세표를 줍고는 고개를 숙인 채 잠시 머뭇거리다
.
사과를 하기 위해 그녀의 얼굴로 시선을 올렸다
.
"
죄송합
...
니다
."
그녀가 미간을 찡그리며 가늘게 뜬 눈으로 우빈의 얼굴과 손끝을 번갈아 본다
.
우빈이 그녀의 시선을 의식하곤 손을 뒤로 감춘다
.
분위기가 싸해짐을 느낀다
.
그녀는 어머니들을 의식했는지 표정을 감추며 사무적인 말투로 자기 할 말을 계속한다
.
"
급여는 전부 통장으로 이체했으니 확인들 해보세요
.", "
틀리거나 잘못된 거 있으면 바로 말하세요
."
"
응 응 그래그래 알았어
."
몇몇 어머니들이 웃으며 대답했다
.
그 모습을 보고 젊은 여성은 주방을 나와 사무실로 들어가 버렸다
.
"
어머
~
어머
~
저 지지배 저거 뭐야
!?"
"
어휴 지가 영양사면 다야
!"
"
눈 꼬라지 봤어
?!"
어머니들이 웅성거린다
.
"
우빈씨 맘 쓰지 마 저게 아직 어려서 그래
"
어머니들이 우빈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
"
하 하 고맙습니다
."
우빈이 말 대신 억지웃음으로 자신이 괜찮다는 걸 표현한다
.
"
그래그래 연상인 우빈 씨가 참아
,
그런데 유리 엄마
~
유리 아빠는 요즘 벌이가 어때
?"
"
말 도마 이번 달 완전 적자야 적자
"
어머니들은 다시금 재잘재잘 자기들 끼리 이야기를 한다
.
아이들 공부가 어쩌네
.
남편이 요즘 어떠네
.
평범하게 사람 사는 이야기
_
평범한 저들이 부럽다
.
우빈의 솔직한 마음
_
초점 없는 눈으로 아까 영양사 와 부딪친 손끝을 본다
.
-
씁쓸하다
.
거칠고 뭉툭한 절대 곱다고 할 수 없는 손가락
_
그중 검지는 유난히 짧다
.
열아홉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들어간 공장에서 절단 사고를 당했다
.
마디 하나 없는 검지를 보면 못난 자기를 보는 거 같아 마음이 아프다
.
그간 세월에 이런 일쯤 별거 아니라 생각했다
.
하지만 거북이 등에도 상처는 남는다
.
조각처럼 새겨진 상처는 단단할수록 오래간다
.
우빈의 마음엔 그런 상처가 자못 많았다
.
"
어머니들 이제 옷 갈아입고 퇴근해요
."
"
어머머
~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
벽에 걸린 시계 시침이
4
시를 가리킨다
.
어머니들이 환복을 위해 우르르 휴게실로 들어간다
.
우빈도 창고로 들어간다
.
땀이 밴 유니폼을 벗고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정리하고 옷매무새를 고친다
.
"
좋아
~
이정도면 됐어
-"
우빈이 애써 웃음 지며 거울 속 자신을 본다
.
볼품없는 키와 체구를 가진 것도 모자라
_
세월을 품은 얼굴에선 변색된 헌책마냥 허름함 마저 보인다
.
서른일곱 우빈의 나이다
.
한 중년 남성이 우빈이 있는 창고에 노크를 하곤 들어왔다
.
“
우빈아
-!”
중저음 남자목소리에 거울을 보고 있던 우빈이 돌아섰다
.
“
주방장님
?!”
“
뭘 놀라고 그래
ㅋㅋ
저녁에 한잔 어때
?!”
“
저기
...
그게 오늘은 좀 힘들 것 같습니다
.”
“
얌마
↗
오늘 같은 날 안마시면 언제 마시냐
?!”
“...
오늘 어머니 기일이에요
.”
“
아
-
그
,
그러냐
?
그럼 어쩔 수 없지
”
주방장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곤 작은 한숨을 쉬며 다음 말을 이었다
.
“
그럼 오늘이 우빈이 생일이기도 하지
?!
축하한다
.
라고 하면 좀 어색한가
?”
우빈이 주방장의 호의에 밝은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
“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
너랑 나랑 알고 지낸 게 벌써
5
년이 넘는다
.
이런 걸로 고맙다고 하면 섭섭하지
”
주방장이 웃음지며 이야기 했다
.
하지만 이내 미소는 사라지고 불안한 듯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
누군가 없음을 확인하곤 고개를 살짝 숙인채 주머니에 손을 넣고 헛기침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
“
흐음 이런건 저녁에 술한잔 하며 이야기 해야 하는데
_
날도 날이고 하니까 그냥 이야기 할게
...”
“
우빈아 아마도 너 정규직 전환 힘들거 같다
.”
“...”
“
어휴 놀래라 그 이야기 였어요
.
그런걸 뭐 그리 힘들게 말해요
.”
“
전 해고라도 당한줄 알았어요
.
ㅋㅋ
”
“
야
!
야
!
무슨 그런 살벌한 말을 하고 그러냐 그런일은 내가 있는한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
“
고맙습니다
.
형님
,
ㅎㅎ
그럼 형님만 믿을게요
.”
“
그래 그래 그건 걱정하지말고 설마 내가 너하나 못 지켜 주겠냐
?!”
“....”
잠시 침묵이 흐르고 우빈이 입을 열었다
.
“
형님 그럼 저 다음 알바 때문에 이만 가보겠습니다
.”
“
그래 늦지 않게 빨리 가봐
”
“
넵 죄송하지만 먼저 가보겠습니다
.”
우빈이 인사를 하며 돌아서 가자 주방장이 우빈의 등뒤로 밝게 웃으며 한마디 했다
.
“
짜식 진짜 열심히도 산다
.”
‘
맴
~
맴
~
맴
~
맴
~
맴
~
맴
~
맴
~
맴
~
메
~
에
~’
여름이 끝나가고 있음을 아는지 매미 울음소리가 더 크고 처량하기만 하다
.
우빈은 학교를 빠져나와 무더운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잰걸음으로
10
여분 째 걷고 있다
.
학교에서 도보로
20
여분 떨어진 거리에 있는 편의점에서
5
시부터 시작하는 알바를 하기 위해서다
.
주위로 몇 무리의 학생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들면서 지나간다
.
“
야 이따가 학원 끝나고 피방 어때
?
오늘 더럽게 더운 게 날씨가 딱 한조각이다
.”
“
이
!)*
한조충 시키가 니가 언제 날씨 따지면서 한조했냐
? &H!*
류승룡 기모찌다 새꺄
!”
“
이 겐지충 말하는 꼴 보소
ㅋㅋ
그럼 이따가 피방 콜
?!”
“
콜
!
콜
!
그럼 킬딸 못한 놈이 라면 사는 거다
?!”
“
콜
-!”
건물들에는 유독 학원 간판들이 많이 보인다
.
우빈이 일하는 중학교 말고도 이 주변엔 여러 개의 초중고가 있기 때문이다
.
떠들썩한 몇 무리의 학생들을 그렇게 지나쳐 보내고
10
여분을 더 걸어 우빈은 목적지인 편의점에 도착했다
.
더운 날씨에 등에 땀이 뱄다
.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기분 좋게 몸에 스며들었다
.
“
안녕하십니까
.”
우빈이 카운터에 있는
20
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에게 웃으며 인사하자 그 쪽도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해주었다
.
작은 얼굴이 반올림머리와 잘 어울리는 미인이었다
.
우빈은 카운터를 지나쳐 바로 창고로 들어가 편의점 유니폼으로 환복을 하고 나왔다
.
환복을 하고 나온 우빈에게 여성이 환희 빛나는 눈으로 미소 짓는다
.
“
난 이제 남편 얼굴 보다 우빈씨 얼굴이 더 반가워
~
호호호
”
“
ㅋㅋ
사장님이 들으면 오해 하시겠어요
.”
“
호호호 사실인걸
.
뭘
~”
“
누가 들을까 두렵네
.
ㅎㅎ
반가운 얼굴은 이제 그만 보시고 단비 데리러 가세요
.”
“
역시 서른 넘어가니 아줌마 취급인가
?”
“
영웅이가 내년이면 초등학생 아니던가
?”
우빈이 어깨를 들썩 거리며 살짝 정색하며 말하자 여성이 눈에 힘을 주고 콧소리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
“
우빈 오빠
!
정말 이러기에요
?!”
“
사모님은 멀쩡한 남편 나두고 나한테 왜 이러실까
?”
우빈은 살짝 짜증이 날려고 한다
.
그래서 한소리 더 할까 하다 그만 두었다
.
그녀의 그늘진 눈동자가 무언가 있음을 직감케 했다
.
‘
후우
~’ “
우빈 오빠
?
나 이제 매력 없어
?”
한숨소리가 무겁다
.
우빈도 더 이상 말장난이나 할 때가 아님을 눈치 채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
“
대식이랑 무슨 일 있냐
?”
“
아니 그냥 뭐
...”
“
그런데 왜
?”
“
여자의 감
?
뭐 그런 거
...”
“
대식이가 잘 안 해줘
?”
“
좀
...
그런 거 같기도 하고
...”
“
흠 흠 미선아
- ”
“
응 오빠
”
“
아까도 말했지만 영웅이가 내년이면 초등학생이야
.”
“
나도 알아 자꾸 말하지 마
!”
“
내가 볼 땐 너희 이제 좀 식을 때도 됐다
.
낼모레면 나도 대식이도 마흔이야
.”
“
역시 그런 건가
?”
“
그래 그런 거야 별일 아냐 나도 요즘은
3
일에 한번이다
.”
“
뭐
?!
뭐가
3
일에 한번이라는 거야
!!”
미선이가 놀란 토끼눈으로 우빈을 보았다
.
“
대식이가 잘 안 해준다며
?”
“
그게 잘 안 해 주냐고 물은 게게 그런 거였어
?”
“
응
?!
그게 아니었어
?”
우빈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미선이를 보았다
.
미선이는 그런 우빈을 소처럼 잠시 쳐다보더니 크게 웃기 시작했다
.
그 모습을 보곤 우빈도 따라 웃는다
.
“
호호호호
”
“
크크크크
”
미선은 얼마나 실컷 웃었는지 눈가에 눈물을 훔치며 미소 진 얼굴로 우빈을 노려보았다
.
“
정말 엉큼하다니까
.”
“
너무 정색하길 레 농담 좀 한거야
- ”
“
나도 알아
!
고마워 좀 웃었더니 기분이 좋아 졌어
.”
“3
일에 한번이라는 건 반쯤 진담이야
.”
“
아 진짜
!
더 이상 하면 성희롱으로 고발한다
!!”
미선은 더 이상 이 주제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지 조금은 협박조로 나왔다
.
“
나도 진지 하니까 오해 말고 들어
-
그만큼 이것저것 여러 가지로 흥미를 잃고 싫증낸다는 거야
,
하루에
12
시간을 야한 생각하고 사는 남자가 그거에 흥미를 잃을 정도면 다른 건 어떨까
?”
“
무슨 말 하는지 잘 알았어
.
그러니까 그만
~ ”
우빈은 미선의 살짝 정색 하는 태도에 괜히 한마디 더 보태 기것 좋은 분위기를 망친 건 아닐까 하고 고민했다
.
표정이 얼굴에 들어났는지 미선이 그런 우빈을 보며 살짝 웃어 보였다
.
“
아
~
진짜 우빈 오빠 별거 아닌 걸로 또 고민 한다
.”
“
표정관리 안됐냐
?”
“
응 조금
ㅋㅋ
.”
“
단비 울겠다
,
빨리 가봐
.”
“
알았어
.
갈게
,
남편한테 딴 데 세지 말고 바로 오라고 해줘
~!”
“
넵 알겠습니다
.”
미선은 카운터에서 나와 우빈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문밖으로 나갔다
.
그리곤 문밖에서 우빈을 보고 한 번 더 웃으며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
우빈도 손을 가볍게 흔들어 화답했다
.
우빈은 조금 멍하니 멀어져 가는 미선의 뒷모습을 조금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
잘록한 허리와 잘빠진 골반이 백색 스키니 진과 잘 어울렸다
.
결코 아이 둘난 유부녀라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
“
으이그
!!
저런 여우같은 마누라를 두고 바람이라니 복에 겨운 놈
!”
사실 우빈도 최근엔 사장인 대식이가 딴 여자와 노는 건 아닌가 하고 의심을 했다
.
올여름 미선이와 아이들을 처가에 보내고 친구들끼리 간 휴양지에서 헌팅한 여자중 하나 일거라는 추측이 확신이 되는 순간이었다
.
하지만 여우같은 마누라도 모자라 어린 여자와 놀아나는 사장에게 분한 마음을 품고 있을 수만 없었다
.
어차피 사장 놈과 우빈은 가지고 태어난 수저도 달랐고 인생의 고개도 달랐다
.
지금은 조금 있으면 굶주린 아귀 마냥 때로 찾아올 중고딩들의
2
차 러쉬에 대비해야할 시간이었다
.
편의점 벽에 붙어 있는 디지털시계가
20
시
30
분을 표시한다
.
이제 배고픈 아귀 때의 습격에서 좀 한가할 시간이다
.
지금은 아귀 두 마리가
-
아니 학생 두 명이 무엇이 그리 신이 나는지 라면을 게걸스레 먹으며 떠들고 있다
.
“
아오
.
마지막에 궁각만 나왔어도 이기는 건데
!!”
“
류승룡 라면 기모찌
~!!”
“
넌 지금 라면이 목구멍에 넘어 가냐
?”
“
너한테 킬 딸로 이겼으니 기모찌
~.”
“
이 겐지충 새퀴 봐라
~!
이거 암만 봐도 너 때문에 진거거든 그렇게 킬 딸이 좋냐
?
화물밀 생각은 아예 없더라
?”
“
그럼 넌 거기서 상하차 알바라도 했냐
?
ㅋㅋ
지도 똑같이 킬딸했으면서 처 발리고 딴소리하기 없기모찌
ㅋㅋㅋ
”
“
아오
.
이 부모님께 효도할 새끼 내일도 콜
?”
“
토요일이니까 하루 종일 콜
?!”
“
콜콜
!!
내일은 피방비 포함이다
.”
시끄럽게 떠들며 늦은 시간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학생 둘을 우빈은 여러 가지로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
[
까똑
]
[
까똑
]
우빈이 시선을 돌려 자신의 휴대폰을 확인했다
.
주방장으로부터 몇 통의 메시지가 왔다
.
[
술 한 잔 하다가 너 생각나서 보낸다
.]
[
오늘 같은 날 어려운 이야기 꺼내서 미안했다
.]
[
내가 술 먹어서 이러는 거 아냐
.]
[
생일 축하해 맛있게 먹어
...
어머니 상에도 올리고
...]
[
로마 바게트 기프티콘
30,000]
기뻤다
.
솔직한 심정으로 그 무엇보다 기프티콘
3
만원에 가슴이 뛰었다
.
혼자가 되고 어려운 형편에 친구들도 하나 둘 멀어지며 지난
10
여년 고독한 킬리만자로의 표범과 같은 생활에 익숙해 졌다
.
생일날 케익은 커녕 미역국도 챙겨먹은 기억이 드물다
.
지금 우빈의 표정은 고고한 표범과는 사뭇 다른 사바나의 외로운 하이에나가 먹이를 발견한 모습이었다
.
우빈이 바로 답장을 보냈다
.
밝게 핀 미소가 와이파이를 타고 전달 될 거 같았다
.
[
헉
!
헉
!
고맙습니다
.
형님
~ ^^b]
[
사랑합니다
.
행님
~
♡♡♡
]
[
까똑
] [
까똑
]
[
짜식 유난 떨기는
ㅋㅋ
]
휴대폰을 보고 있던 눈짓 너머로 학생들이 편의점을 나가고 있는 게 보였다
.
반쯤 성의 없는 인사를 하곤 학생들이 먹은 자리를 치우고 있을 때 창밖으로 백색
BNW_7
시리즈가 스르륵 멈춰서는 게 보였다
.
이내 사내 하나가 내리더니 편의점으로 들어왔다
.
키는
180
이 넘어 보이고 투블럭이 전혀 어색하지 하지 않았다
.
우빈이 익숙하게 인사를 했다
.
“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
사장은 가볍게 몇 번 고개를 끄덕이는 거로 인사를 대신하곤 카운터로 곧장 향했다
.
포스기로 오늘 매상을 대충 확인하곤 금고를 열어 현금을 챙겼다
.
자리를 치우고 카운터로 돌아오는 우빈에게 사장이 무미건조한 투로 말했다
.
“
별일 없지
?”
우빈은 뜬눈으로 한숨소리를 섞어 대답했다
.
‘
후우우
~’, “
별일
?!
가게야 별일 없지
-”
사장인 대식이가 시치미를 땐다
.
하지만 그의 음성이 살짝 떨린다
.
“
왜
?
왜
?!
무슨 일인데
?”
“
너 요즘 여자 만나냐
?”
“
무
_
무슨 소리야 이슬이랑 헤어진 게 벌써 몇 달 전인데
_!”
“
미선이가 눈치 챈 거 같다
.”
대식이가 눈썹이 치켜 올라갈 정도로 눈을 동그랗게 뜨곤 살짝 뒷걸음친다
.
“
미선이가 눈치 채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
“
쯧
-,
그게 말이지
...”
우빈은 낮에 미선이와 나눴던 이야기를 대식이 에게 해줬다
.
물론 하루 세 번과 이후의 대화는 빼고
...
이야기를 듣곤 대식이의 표정이 안심이 된 모양이다
.
“
그래
,
그랬단 말이지
”
“
그래 아무튼 조심해라 너 이번에도 걸리면 진짜 이혼 당한다
.”
“
야 넌 내가 뭐 진짜 바람피우는 거 처럼 말 하냐
.”
“
그럼 아니야
?”
“
아니라니까
,
넌 대체 날 뭐라고 생각하냐
?”
“
아니면 됐고
,
걱정돼서 하는 소리 아니냐
.”
“
흠흠 아무튼 와이프한테 좋게 말해준건 고맙다
.”
우빈이 벽에 걸린 시계를 보더니 말을 이었다
. 20:40.
“
그건 그렇고 대식아
,
먼저 좀 들어가 볼게
...”
“
벌써
?!”
대식이가 대답하며 손에 찬 시계를 본다
. VIII_
시
40
분
.
“
미안
~
오늘 어머니 기일이야
...
좀 일찍 들어가고 싶네
...”
“
아
-
그래
?...”, “-
나도 오늘 좀 급한 일이 있는데 어쩌지
...”
서로 머뭇거리며 눈치를 보고 있을 때 대식이 차 보조석에서 누군가 내려 편의점으로 들어왔다
.
(영화)
노장은 죽지 않는다 - 클린트 이스트우드 젊은 시절
(5)
도서 월간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