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가득) "죽은 자의 제국"에 대한 메모들

*잠이 오지 않는 새벽, 심심파적 삼아 "죽은 자의 제국"을 보며 시시각각 느꼈던 것들을 바로바로 메모해 뒀고, 이를 아주 조금만 다듬어 이곳에 올려봅니다. 그래서 일관성과 연속성은 없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이 작품의 기본적인 Axiom들과 추구하는 바가 조금은 더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메모이기에게, 완결되지 않은 문장형태도 있고, 존대말도 아닙니다. 이 점 염두에 두시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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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이지 않은 = 불필요한/비효율적인/비이성적인) "이야기", 즉 서사의 추구에 대한 비판
- 그러나 논리적 사고 및 표현과정 역시 하나의 서사이다. 그것이 극한의 보편성을 지닌다 해도 말이다.
- 즉, 공히 '근거-결과-관계'를 형성한다.

Axiom 1:
"영혼의 질량" 21g: 의지 및 사고의 무게, 마음의 세기
- 이와 같이 물리량으로 번역 가능 (그러나, 질량이라는 특성 하나만으로 존재는 입증될 수 있지만, 그 총체적 성격은 파악될 수 없다.)
- 이에 수반하는 감정을 "노이즈"라 비판하는 관점 (에디슨)
- 영혼의 '정보'는 음파를 통해 전파되며, 따라서 말을 영혼과 동치시키는 관점도 존재.

육체(시체): 뇌 = 일종의 연산장치
- 하드웨어 구현의 불가능함을 시체로 대체함으로써 극복. 그러나, 그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소프트웨어("네크로웨어")의 제작 및 설치는 가능
- 따라서 기능이 불가피하게 제한적이다.

The One은 그 기능에 제한이 없거나, 제한이 없는 상태로 만들어낼 수 있으며(그 자신이 그 생산품 자체거나, 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자), 이는 "Victor Frankenstein의 수기"라는 특별한 자료에 의해 보여질 수 있다. "Victor의 수기"는 총체적 영혼을 제조할 수 있게 하는 설계도이다.

에디슨은 Android 아달리 릴리스를 통해 하드웨어 구현을 성공시켰다 볼 수 있다. 다만 살아있는 인간(시체+영혼)이라는 "완전체"와 일치시키지 못했을 뿐. (영혼의 부재) 그래서 아달리 스스로는 자신을 "실패작"이라 평가. 아달리에게는 영혼을 획득하고자 하는 의지는 존재하지만, 여타 감정들은 부재한다.
- 의지하는 기능은 있지만, 느끼는 기능은 없는 셈이다.
- 그렇다면 이 두 기능들은 서로 분리가 가능해야 한다.

Axiom 2:
자연으로부터 태어난 인간은 존재의 이상理想이다.
- 여기에서, 느끼거나 의지하는 기능과 작용의 분리가 불가능하다.

The One의 기능이 어느 정도까지 구현됐는지, 인간과의 차이와 아달리와의 차이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불분명.

"M"은 인간에게서도 시체에서와 같이 의지를 제거함으로써 궁극적인 평화를 이룩하려 한다.
- 그러나 이것은 계몽의 실패를 자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인간을 평화를 위한 도구로만 바라보는 것이기에, 윤리적으로도 옳지 않다.

The One은 단일한 '세계영혼'으로 모든 영혼들을 통합 및 획일화함으로써, 자신의 신부를 부활시켜 재탈환하려 한다. 어째서 그 결과를 위해 그토록 거대한 차원의 전제가 충족돼야 하는지는 불확실하다.
-통합 및 획일화는 소위 '퇴폐예술'을 선별하는 것과 흡사한 자세로, 전체주의적 전형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M의 의도에 비해 특별히 더 나아보이지 않는다. 이 역시 차이를 없엠으로써 이해/제어 불가능한 영역을 제거하겠다는 실패한 계몽의 일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The One 역시 인간을 '세계영혼'의 그릇이라는 도구로 바라볼 뿐이다.

Axiom 3:
계몽의 완료는 자발적이며 개별적인 질서가 공공영역에서 작용하는 현상들의 총합이다.
-이 당위는 Axiom 2로부터 도출될 수 있다.

왓슨을 비롯한, 모든 인간들의 '연구행위'에는 연구자와 연구대상 간의 상호작용이 적용된다. 의지와 실행에 따른 대가를 항상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이 대가를 지불하는 것에 망설이는 이유는, '평범한' 인간들은 M이나 The One이 지닌 정도의 의지와 맹목성을 지니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박약한 머뭇거림으로 볼 수도 있고, 사려깊음으로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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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결국 이 작품이 전하고자 의도하는 핵심은 Axiom 3을 통해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M과 The One의 실패를 통해 간접적으로 제시되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이 메모에서 "계몽"은 특히 칸트의 개념을 바탕으로 삼았습니다.
*"죽은 자의 제국"은 결코 '하드 SF'는 아니기에, 공학적 의문점들을 거의 논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현대 신경과학의 맹목상태를 반영하는 듯 해 흥미로웠다는 말은 덧붙이겠습니다.
*과거 문학작품들을 통해 잘 알려진 인물들의 이름들을 굳이 사용하여, 독자적인 맥락을 형성하지 못하면서도(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마치 어떤 숨겨진 맥락이 존재하리라는 착시를 불러일으킨 장치들에 대해서는, 저는 비판적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논하지 않았습니다. 일종의 키취적 악취미로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셜록 홈즈의 조력자로서 계몽적/논리적 세계관을 대변하는 왓슨과 부르주아 계층의 부상을 선명하게 드러낸 작품 "로빈슨 크루소"의 부속물인 프라이데이와의 긴밀한 공동체를 문학사적 관점에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알렉세이 카라마조프는 "카라마조프"라는 압도적인 명찰을 걸지 않더라도, 충분히 사려깊고 신실합니다. 유명한 이름들이 지닌 아우라 혹은 선입관을 새로운 맥락에 전면으로 내세우는 행위는, 어찌 보면 빈약한 캐릭터 창조력의 고백일 뿐입니다. 이 작품에 쏟은 작자의 정성과 세밀한 솜씨로 미루어, 전혀 그럴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도 말이죠.)